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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행복했어요.

카를로스 당신때문에 행복했어요.

by 엘아라

2004년 가을쯤의 어느날.............

그때 대학원에서 매일 3일에 하루씩 자던 생활을 했던 나는 우연히 노래 한곡을 들었다.


https://youtu.be/DJNzmNB48no

Il divo 의 첫번째 앨범 타이틀곡 Regresa a Mi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은 유튜브에 듣고 싶은 노래 찾고 싶은 노래를 다 찾을수 있지만 그땐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ClassicFM TV는 영국 방송이었고 하루에 몇번 나오지도 않는 이 노래를 듣기 위해서 하루종일 저 채널을 돌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Il Divo라는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해서 자료를 미친듯이 찾았다.

다행히도 나는 매일 컴퓨터로 자료를 뒤지며 살고 있던 대학원생이었고 진짜 찾을수 있는 자료는 다 찾아서 봤었다. 아직 1집 앨범도 안나온 이 그룹에 미친듯이 빠져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해 첫 앨범이 나왔을때 영국에 주문까지했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일디보 팬질 17년의 시작이었다.

연예인 카페에 처음으로 가입도 해봤고 팬카페에서 카페 활동이라는 것도 진짜 열심히 해봤었다. 내한공연에 맨 앞자리에도 앉아봤고 직접 싸인을 받고 눈을 마주치기도 했었고 입국할때와 출국할때 공항에 가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카페를 통해서 알게된 많은 분들도 있다.


오래도록 그저 글쓰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 유일하게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이 바로 이 팬 카페였었다. 일디보는 오래도록 내 삶에서 중요한 요인중 하나였다.


내한공연때 부산에서




네명의 멤버 모두가 좋지만 처음 들었을때부터 카를로스의 목소리와 노래를 제일 좋아했다. 영어를 못하지만 애정으로 카를로스의 영어를 이해했고 싸인도 맨처음 받은 사람이 카를로스였다. 내 자랑스러운 영국판 1집 앨범의 속지에 포함된 응모엽서에 싸인 받았는데 그 싸인 엽서를 본 카를로스가 나를 쳐다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며칠전 카를로스가 병원에서 코마 상태라는 기사를 봤었다. 처음에는 오보라고 생각했고 그다음에는 곧 회복할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들은 것은 그의 죽음이었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죽었을땐 사실 어느정도 병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뇌종양이라서 상태가 나쁜 것이 너무나 확연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진짜.....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하루종일 말은 했지만 그냥 오보라고 자꾸 생각이 들었다. BBC뉴스를 보고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있은 후에야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늘 사람들을 좋아했었던 카를로스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지 않길 바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슬픔은 카를로스 덕분에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를로스 당신덕분에 오래도록 행복했어요.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 않을께요.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IMG_1026.JPG Carlos Marín (13 October 1968 – 19 Dec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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