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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래 괜찮기만 해도 괜찮아

잘 될 거라는 믿음조차 내려놓게 해서 미안하지만

by 바다별

"괜찮아, 딩딩딩딩딩, 딩딩딩딩딩"


빠르게 퍼지는 밈(meme) 속 노래에 나오는 한글 가사입니다. 베트남 랩 경연 '랩 비엣(Rap Viet)'에서 나온 노래, "콤싸오까(KHÔNG SAO CẢ)"입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괜찮아 라는 뜻이 됩니다.


노래 정보가 궁금하실까 하여 소개를 조금 해드리겠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세븐디나잇(7dnight)은 한국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낮엔 공사현장, 밤엔 랩 연습을 하는 7년 차 노동자입니다. 그에겐 장애도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신 할아버지께서 고엽제에 의해 얻은 유전 질환으로 인해 왼손에 장애를 가진 채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곡의 가사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꿈이 손 닿을 곳에 있을 때, 남들은 두 손으로 잡지만 나는 한 손으로 잡아야 해."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쓰러지지 않아, 기죽지 않아." 가사는 이처럼 어려운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도 합니다. 실패나 패배 또한 교훈으로 삼고, 쓰러지지 않겠다는 말로 스스로 용기를 냅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자신의 환경이나, 어떤 결과로 인해서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노래입니다.




괜찮은 거 맞아요


위 노래와 같은 태도를 지닌 채로 살아가는 것이 많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그 시련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는, 일련의 초인(超人) 같은 삶의 의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는 흐름으로 느껴지네요.


사실 제가 어릴 때도 괜찮다는 말은 잘 쓰였는데요, 그 때는 이런 가사가 유행했습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그러니까, 나아질 거니까 괜찮다는 의미의 응원이었죠. 그리고 나아질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서 너가 원하는 걸 언젠가 손에 넣으면, 지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질거야! 그렇게 너는 미래의 행복을 상상하면서 살아가면 돼!!


그런데 앞서 소개해드린 가사에는 미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미래에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상황을 견딜거야. 나는 이 상황을 이겨내는 데에만 초점을 둘거야. 그래도 난 괜찮아. 왜냐면 난 이겨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즉, 미래에 자신이 얻을 어떤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했던 노력과 자신을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다짐이지요. 성공보다는 보답에 초점을 맞추어가는 세대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세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불쌍히 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절대 이 흐름이 불행한 흐름이 아니에요. 내가 가진 목표에 대한 열망이 어쩌면 나를 위한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충분히 한 뒤에, 내가 지금 얻을 수 있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어 작은 한 걸음씩 나아가려는 그 마음은, 정말 기특한 마음입니다. 미래의 행복,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는 그 행복을 바라보면서 현실에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집중도 하지 못하고 사는 흐름에서 벗어나, 지금에서도 내가 무사히 오늘 하루를 보낸 것에 만족하는 그런 세대. 자신들만의 살 방법을 찾아낸 세대들에게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 네가 잘 이겨내길 바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면, 어릴 때 흔히 써왔던 선생님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 자신의 목표 또한 선생님의 영향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렇기에 내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발전을 게을리하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나눠주고 싶은 것은 쌓여가는데 나눌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도, 새로운 것을 쌓다보니 이전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이전에 했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지만, 스스로도 느끼는 바를 적절한 시기에 나누며 소통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여기에는, 제가 경험한 여행, 제가 본 영화와 책, 제가 만난 사람들에게서 얻은 인생의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들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비춰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도가 딱 제가 추구하는 독자가 받는 느낌입니다.


여기 오신 모두가 얻어가는 것 하나쯤은 있으시길 바랍니다.

소비가 자랑이 되는 시대에 생산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자랑이 다시 소비를 낳지 않게끔, 그 자랑이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창조보단 파괴를 더 잘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창조로 이어지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다음 세대가 피울 꽃에 거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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