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비 Oct 30. 2022

고양이가 친구를 빤히 바라보는 이유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헤헷.”

“그런데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민망하잖아.”

“동네에 미아를 똑 닮은 고양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그 친구들하고 미아의 다른 점을 찾아내고 있었어.”

“바보!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혹시라도 밖에서 놀다가 미아를 잃어버리면 어떡해. 생각만 해도 슬프단 말이야.”




버터와 저는 참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버터와 다르게 고양이 친구들과 눈을 맞추는 걸 어려워하거든요. 버터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 없나 봐요.


문득 저도 버터를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뜸 버터의 앞에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죠. 버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지만 끝까지 피하지 않았어요. 약간 처진 탓에 동정심을 유발하는 눈매, 마치 젤리처럼 분홍색을 띠는 작고 귀여운 코, 목 아래로 이어진 다이아 모양의 새하얀 털. 매일 같이 지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버터의 얼굴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어요. 저는 그렇게 버터의 모든 걸 하나하나 눈에 담았어요. 이제야 버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집사가 저를 매일 빤히 바라보는 이유도 왠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버터가 저를, 제가 버터를 바라보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요? 집사는 저를 사랑하는 게 틀림없어요.


저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얼굴을 매일 하나씩 눈에 담아 봐요. 생김새가 어떻든 분명 그 자체로 아름다울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들도 서로 닮아가나 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