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책부터 펼쳐놓고 사색에 잠겨요. 만으로 딱 두 살이 되던 때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독서를 하고 있답니다. 고양이가 책을 읽는다고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우리가 생각보다 영리하다는 건 다들 이미 잘 알고 계시잖아요?
사실 집사는 제가 책 근처에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집사가 아끼는 책을 마구 찢어서 삼켰던 적이 있거든요. 제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져요.
저는 늘 인간의 삶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잠잘 때랑 먹을 때 빼고는 늘 집사를 집요하게 따라다녔죠. 제가 먹어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집사 음식 앞에 몰래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고, 때로는 집사의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인간의 모든 걸 파악하려 애썼어요. 그때마다 집사는 저를 혼내는 대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제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하루 종일 낮잠만 자던 버터도 어느샌가부터 제 행동을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저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요. 우리는 그렇게 매일 집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름 바쁜 일상을 보냈어요. 그러다 보니 집사도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일정한 패턴대로 생활한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희처럼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에서 깨고,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는다는 것도 이제는 다 알아요. 외출하는 시간대도 대충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집사의 모든 걸 알게 된 셈이죠. 후훗.
지금까지 꼭꼭 감춰 두었던 저와 버터만의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매일 열심히 집사의 책을 읽으면서 공부한 결과 저희는 어설프게나마 인간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뿐 아니라 인간의 말을 어느 정도는 알아듣게 되었죠. 덕분에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제가 잠들기 전에 집사가 저에게 해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저도 똑같은 말을 집사에게 해주고 싶은데 제 입에서는 야옹 소리밖에 나오질 않아서 조금 슬프네요. 그래도 최대한 행복한 표정으로 집사에게 말해줄 거예요.
“냐아옹.(나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