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 입국하고 나서 2주가 다 되어가도록 달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싱가폴에서도 달리는 삶을 살아야지 하고 러닝화, 옷, 양말까지 다 챙겨갔는데, 입국하고나서 한동안은 집 구하랴 정착하랴 도저히 달릴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고 육체적 힘도 없었던거다.
이제 학교도 집도 안정되었다 싶을때쯤, 처음으로 달리러 나갔다. 지하철(여기서는 MRT) 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갈 때, 흐음, 이 길을 달려도 좋겠는데? 생각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건지 언제나 그 인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도 달리는데 진심이구나!
그렇게 싱가폴에서도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집을 나가도 달릴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은 내가 달릴 수 잇는 시간에 좀처럼 개방하지 않았고 개방해도 너무 작아서 뱅글뱅글 돌아야했다. 집 앞에 있는 인도는 인구 밀집지역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달리기가 불편했다.
해서 나는 퇴근 후에 양재천을 달리고 땀이 난 채로 집에 가거나
집에서 버스를 타고 올림픽공원, 한강에 가야했다. 그곳에서 달리면 다시 대중교통 타고 오기가 좀 미안해서(땀..) 걸어서 집에 오곤 했었다. 그러면 달리기는 고작 30분 정도인데 운동에는 총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곤 했다. 이게 너무 싫었더랬다. 나도 집 앞에 바로 나가서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싱가폴에서는 그게 가능해졌다.
집 앞으로 나가서 인도를 신나게 달리다보면 공원에 도착하고, 그 공원에 가면 나 외에도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덩달아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게 된다. 그리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다. 이곳에서 내 달리기는 한국에서보다 더 자유롭다!
게다가 내가 사는 콘도 입구에는 오렌지 착즙쥬스 자판기가 있다. 고작 2달러에 오렌지를 착즙해서 바로 주는거다. 달리고 땀 흘린 뒤에 이 오렌지쥬스를 마시면 몸에서 쭉쭉 흡수하는게 느껴진다. 목이 마르기도 하지만 비타민 씨가 막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루틴이 생겨버렸다. 달린 후에 오렌지 착즙쥬스 마시기! 2달러는 싱가폴 내에서도 얼마나 저렴한 것인지, 내가 오렌지 사고 휴롬 사는 것보다 이천배쯤 경제적인 것 같다!
보통 아침에 달리다가 얼마전에는 저녁에 달렸는데 저녁에 달리는 사람도 제법 많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이 달리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신나진다. 후훗.
싱가폴에서의 달리기는 그래서 즐거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