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Final Exam
오늘은 4레벨의 final exam 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3일, 수요일에 speaking exam 을 쳤고, 오늘은 그 외의 과목들, Listening, Reading, Writing 시험이었다. midterm test, mock test 와는 달리, final exam 은 우리에게 몇 점인지 알려주지 않고, 다만 다음 레벨로 갈 수 있는지, pass 인지 fail 인지만 알려준다. pass 라면 어느 정도의 등급으로 pass 인지 알려주고.
그간 수업 시간에 집중하려고 했고, 단어도 수업 시간 내에 외우려고 시도하였다. 중간중간 test 가 있을 때는 교과서나 프린트물을 읽어보았었고. 그러나 final exam 을 앞두고는 어떤 공부도 하지 않았다. 뭐,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지. 문제는 모르는 단어가 얼만큼 나오느냐였고, 그리고 writing exam 의 topic 이 어떤 걸로 나오느냐였다. 미리 선생님은 토픽 여러개를 주었었다. globalization, online shopping, lack of exercising 아, 그리고 또 뭐였더라. 하여간 더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원인과 영향을 쓰는거라서 연습을 한 번 하고, 그리고 원인과 영향을 기억하려고 했었다. 선생님은 이런 주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연습해라, 그러나 실제 시험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나는 알 수 없다, 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주제가 나올지가 제일 걱정이 됐다. 내가 아무런 원인도 쓸 수 없다면, 어떤 영향도 생각해낼 수 없다면 크게 문제가 될테니 말이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일전에 앤드류를 싱가폴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앤드류가 데이팅앱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었다. 나는 그때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데이팅 앱이란, 나에게는,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중년 여성인 나에게는, 건전한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부정적 효과만 가진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굳이 그걸 사용하는 이유가 뭐냐, 특히나 남자가 그걸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섹스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겠느냐,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앤드류가, 만나면서 대화하는 동안 건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던 앤드류가 데이팅앱을 사용한다니,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그 때 앤드류에게 물었었다. 네가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뭐야?
우선 앤드류가 싱가폴에 여행와서 데이팅 앱을 사용한 이유는, 이곳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지만, 그 친구는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매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은 여기에서 혼자고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같이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래서 몇 번 이 앱을 통해 여자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너 호주로 돌아가서도 이 앱을 사용할거야?' 물으니, 그는 이번 사용이 처음이었지만, 아마도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은 회사를 다니면서 출근과 퇴근을 하고 , 주말에는 아는 친구들만 만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거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데이팅앱이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 남자가 데이팅 앱으로 한국 여성들을 만나 영상으로 올리는 것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매우 건전하게 까페에서 공부하는 데이트를 하거나, 한강에서 같이 밥을 먹는 데이트를 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온 남자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그 때 데이팅 앱은 그에게 도움이 되는 수단이었던 거다. 나는 이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그즈음 읽었던 '샐리 루니'의 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에서도 데이팅 앱으로 연인을 만나는 커플이 나왔다. 여자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남자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남자였다. 만약 그들이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게 아니었다면, 어떤 접점도 없을 직업군의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은 만났고, 연인이 되었다. 데이팅 앱이 그걸 가능하게 해준거다.
나는 내가 데이팅 앱에 대해 굉장히 나쁜 면만 보고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나는 그것은 범죄의 위험이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나는 이용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을 했던 거다. 물론, 나는 여전히 그걸 이용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원인 그리고 다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것에 대해서는 알리딘에 페이퍼를 몇차레 썼었다. 그런데,
오늘 writing exam topic 이 세상에, online dating 이었다!! 오, 마이, 갓!!
요즘은 점점 더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온라인 데이팅으로 새로운 만남을 갖는 일이 많아졌다. 이것에 대한 원인 두 가지와 긍정적 효과, 부정적 효과 한가지씩, 그리고 사례들 들어 400words 로 쓰라는 것이었다.
사실 topic 은 한가지가 더있고, 둘중에 선택하는 거다. 다른 하나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키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왜 그러려고 하는지 마찬가지로 원인과 영향에 대해 쓰라는 것이었다. 둘중에 하나를 택일하는건데, 나는 보자마자 첫번째 온라인 데이팅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다다닥 써나갔다.
원인 1 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의 부족, 예를 들면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다, 이때 온라인 데이팅은 도움이 된다
원인 2 는 디바이스를 이용한 편리함, 예를 들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탭을 하거나 스크롤 함으로써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다 로 썼다.
효과 1 은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채로 만나기 때문에 위험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범죄 기록을 숨기고 그 만남에 나올 수 있다
효과 2는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작가가 셀러를 만나기도 하고 운동선수가 변호사를 만날 수도 있다.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로 썼다.
내심 시험 보기 전에 내가 잘 아는 주제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운좋게 똭, 바로 이것이! 불과 몇개월 전에 대화를 하고 책을 읽어서 생각해보게 된 그것이 바로 똭!!
에세이 쓰는 시간을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오늘 시험 시간은 10:00 부터 13:00 까지였다. 리스닝과 리딩을 차례대로 해나가고 라이팅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테스트에서 거의 끝나는 시간까지 나는 시험지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 쓰고 시계를 보니 11:45 였다. 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혹여라도 답하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 체크해보았다.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면서 답을 고칠 확률은? 없다. 글을 다시 쓸 확률 역시 없다. 그래서 나는 손을 들었고, 감독관이 왔다. 나는 말했다. 나 다했어, 집에 가도 돼? 그러니까 물론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11:45 에 1등으로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리스닝도 리딩도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았고, 라이팅은 제출하고 나니, 너무 쉬운 단어들만 썼나.. 신경이 좀 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식간에 다 마치고 제출하고 나왔다. 하, 이러다가 뭔가 대박 실수 발견되는거 아닌가 좀 쫄리지만, 하여간 4레벨의 기말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치킨커리 라이스를 사먹었다.
사실 어제부터 카야토스트 셋트에 함께 나오는 그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집에 있는 달달한 커피믹스를 먹었지만 씅에 차지 않았다. 이건, 그게 아니네.. 역시 아니야.
그래서 오늘은 그 커피도 마시기로 했다.
밥을 다 먹고 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간식도 먹었다. 마침 크리스마스라고 피스타치오 빵도 팔고 있었다.
여전히,
라이팅을 너무 쉬운 단어로만 쉬운 문장으로만 쓴 것 같아서 좀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그리고 4레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