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우주적인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편이다. 주변에서 동생을 비롯해 친구들이 우주에 대해 얘기하고 인공위성에 대해 얘기해도 나는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했지만, 내가 그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은, 지구도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데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였다.
최근에는 AI 가 전세계적으로 화두인 것 같은데, 챗지피티를 사용하면서도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있는건, 지금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환경이었다. 나는 여성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한다. 돈과 소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내 관심은 그런 것들이었다. 나는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건너뛰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마, 이 성향은 딱히 변하진 않을 것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런 내가 최근 몇년간 관심을 갖게된 것은, 난민 이었다. 살 곳을 잃은 사람들, 태어나 자라온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힘들게 이주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곳에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장 지글러'의 책, [인간섬]을 읽었고, 또 그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는다. 그게 나의 관심사다. 바라건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느 순간만큼은 그들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여성주의를 공부하면서, 나는 내가 단순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하나씩 또다른 것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여성학이 결국 다른 모든 학문들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았다. 정치경제학, 사회학, 언어학, 신학 그리고 철학까지. 출발이 무엇이든 결국 모든 학문은 언젠가 하나로 만나게 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학문만 그런게 아니었다. 내 관심사가 무엇이든, 결국 세상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니만큼, 무엇에 관심을 갖게 되든 언젠가 만나게 되는것 같다는 것을, 나는 낯선 나라에 와서 영어를 배우면서,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그러니까, 최근 수업시간에 나는 global warming 과 climate change 에 대해 배웠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해서라면, 사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레벨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었다. 어, 그거 심각하지, 우리 인간은 지금 이대로 살면 안돼, 라는 어느 정도의 나이브한 생각을 나도 갖고 있었다. 기후 위기는 당연히 심각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심각한 다른 것들이 더 있었다고 해야할까. 수업 시간에는 북극과 남극에 대한 것도 나왔다.
그리고 5레벨의 첫번째 스피킹 테스트, 선생님은 토픽을 주었다. global warming, climate change, what do you do to help nature? 지구 온난화로 수면의 레벨이 상승하면서 어떤 나라들은 사라질 것이다, 라는 것까지 수업중에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에겐 갑자기 '기후위기 난민'에 대한 자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지?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지?
챗지피티에게 'climate refugee' 라는 워딩이 정확한거냐고 묻자, 공식 지정된 단어는 아니라고 한다. 아직 '난민'이란 지위는 전쟁이나 박해로만 인정된다고. 그리고 스피킹 테스트에서, 나는 이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라면서. 그것이 나의 진심이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하지?
수업 중에 남극과 북극 얘기도 나와서 찾아보았다. 남극엔 탐험하는 기지만 있지만, 북극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바다 위의 얼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빙하가 녹으면 그곳도 사라질 것이었고, 그곳의 사람들이 바로 난민이 될 것이었다. 나는 이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이미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이제야 나에게 와서 박혔다고 할까. 내가 관심있던 '난민'이, 내가 별 관심없던 극지방의 기후위기와 만나버린거다. 아, 나는 얼마나 무지했던가. 이게 어떻게 이렇게 연결이 되는가. 결국, '나는 그거 관심없어'라는 말은, 얼마나 근시안적이란 말인가. 나는 도대체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가.
나는 북극에 대해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무언가 알고자 한다면 그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책이다. 나는 북극 이란 단어를 넣고 읽어볼만한 책을 검색한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공부하러 와서, 그리고 공부하는 내내, 과연 내 영어 실력은 늘고 있는것인가, I'm not sure 다... 하고 있다가도 이렇게, 갑자기 내 관심사가 뻗어나가는 걸 보면, 여기에 지금 이 시간 이렇게 와 있는 것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라고 생각한다. 오기를 잘했다고, 또다시 생각한다.
*중학교 생물선생님인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동생이 '온난화' 라는 말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 '위기' 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고. 지구 온난화 대신, '기후 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피킹 테스트는 25점 만점 중에 24점을 받았다. 선생님인 Steve 는 나의 vocabulary, sentence, opinion 이 모두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한국어나 한국인에 대해 딱히 그립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이 모든 것에 대해 누군가와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이곳에선 그걸 할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이렇게 글이라는 수단이 있다. 글쓰는 나, 그게 사실 딱히 하이 퀄리티의 글이 아니어도, 좀 짱인 것 같다. 글 쓰면서 살자,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