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어학연수] sugar party

by 다락방

5레벨을 마무리하며 학교에서 미팅이 있었다.

다음 diploma 진급을 위한 예비소집 같은건데, 나는 사실 해당사항이 없지만, 그래도 학교의 프로그램 매니저가 참여하는게 좋다고 해서 참여했더랬다. 가보니 아주 넓은 교실에 처음 보는 얼굴들이 가득했다. 아, 이들이 죄다 5레벨이구나. 우리반은 고작 30명 남짓인데, 이렇게 반이 여러개인 거였어.

나는 우리반의 익숙한 T 와 A 과 함께 앉았는데, 우리가 함께 앉자 앞에 앉아있던 남자학생이 뒤를 돌아보며 너희도 5레벨이냐 물었다. 그렇다고 답한 후에 내가 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자 그는 중국이라고 답했다. 나는 내 옆자리의 두 학생을 가리키며 이들은 베트남에서 왔고 나는 south korea 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금세 호감을 보이며 '너 한국에서 왔다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는 자기 핸드폰을 가지고 아예 뒤쪽으로 몸을 틀고 앉아서는, 자기 핸드폰으로 한국 드라마며 영화를 막 검색해 보여준다. 배우도 찾아 보여주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서 드라마나 영화를 제목을 알아도 거의 보진 않았고(남들 다 본 오징어게임, 글로리도 안 본 사람이 나다), 중국인에게 나는 보지 않았어를 자꾸 말하려니 참 민망한 것이었다. ㅋㅋ


이 친구가 자기 왓츠앱 등록하라고 큐알코드 보여줘서 그거 등록하고, 미팅 진행되는 내내 톡으로 얘기했다. 하하하하. 그는 영어로 된 책도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벌써 열 권 정도 읽은 것 같더라. 그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을 반영해서 자신을 생각하게 하고 또 자신에게 touch 가 된다고 얘기했다. 얘기에 신난 그는 나에게 '오늘 저녁 같이 먹자'고 했지만, 그 날 나는 여동생이 와있었기 때문에 너무 좋은 생각이지만 안된다고 말했다. 나도 새로운 친구랑 저녁을 먹고 싶은 마음이 커서, 바로 그 자리에서 다른 날로 약속을 잡았다. 게다가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성인으로 보였다. 성인과 학교에서 친구가 되었다 만세! 나는 기뻤다.


그 후로 주말을 보내고 우리가 약속한 날이 올 때까지 그와 나는 매일 톡을 나누었다. 보통 드라마 얘기이거나 중국의 문화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중국 문화와 중국 국민의 어떤 특성들을 굉장히 미워하고 있었다. 나 역시 한국의 어떤 부분을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고 있었기에 그의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었고, 나는 식당에 먼저 가서 앉아있었다. 그는 식당앞에 왔다며, 너 안에 있니? 물었다. 밖에 보니 그가 서있는게 보였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가 들어오라고 하면서, 아, 처음 학교에서 봤을 때 그가 이십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오늘 보니 이십대 후반일 수 있겠구나, 잘하면 삼십대일수도 있겠어, 생각했더랬다.


우리는 만나서 삼겹살을 주문했다. 소주도 트라이 해볼래? 라고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했다. 술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했는데, 이걸 트라이 해보겠대. 그리고 떡볶이도 시켰고, 우리는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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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자신의 나이를 얘기했다.

1992년 생이라고 했다.

오 마이 갓.

나보다 젊은 줄 알았지만, 이게 나이를 모른 채로 막연하게 나보다 젊구나 하는거랑, 구체적인 나이를 알고 머릿속에서 나이 계산이 되는거랑 기분이 참 달라진다.

그는 나에게 몇 살이냐 물었고, 나는 대답하기가 저어되어 처음엔 너보다 아주 많이 많다고만 말했다. 그도 더는 묻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나이를 듣고 내 나이를 말하지 않는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결국 내 나이를 말했다. 그는 내 나이를 듣고 '너 되게 영거해보이네, 너가 나보다 몇 살쯤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 라고 했다.


미안하다..

누나가 미안해..

누나가.. 좀 더 늦게 태어났어야 했는데 그랫지? 하하하하하.


하여간 그에게 누나 라는 호칭을 알려주었고... 하아- 이렇게 나이 많은 누나지만 우리는 친구일 수 있겠니? 나는 그에게 묻진 않았지만, 내 나이가 부담되어 그가 친구하기를 그만둔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 서로의 나이를 모르는게 낫지 않았겠니?


식사 메뉴중에는 맛탕이 있었다.

나는 반찬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나서 맛탕에 대해서 '이건 디저트야' 라고 말했다. 고구마를 튀겨 설탕을 묻힌거라고 설명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하여간 식사를 다 하고 나서 그는 맛탕을 하나 먹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먹자마자 갑자기 너무 놀라서는


"Sugar party!!"


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육성으로 터져서 막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을 먹고 클락키를 한 바퀴 산책했다.

그에게도 영어는 외국어였고 나에게도 그랬다. 우리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고 우린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다. 우리의 영어는 서툴지만, 그런데 우리는 그 서툰 외국어로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서로 하고자 한 말이 상대에게 백프로 닿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런 경험도 참 좋다. 서로에게 외국어로 얘기하는 것 말이다. 학교를 떠날 때가 다 되어가니 학교 생활이 더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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