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는 오후 수업만 있었다.
나는 아침도 배불리 먹었겠다, 점심을 간단히 먹자 싶어 프렌치 토스트를 해먹었다.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계란물 입힌 식빵을 구운 뒤에, 설탕을 뿌리고 치즈를 얹었다. 그렇게 두 장에다가 스윗한 믹스커피를 같이 먹고 학교로 갔다. 간단하지만 고칼로리 점심이었던 것이다.
오후 수업은 다섯시 반에 끝난다. 그런데 평소보다 점심 양이 적었기 때문인지, 아직 수업이 끝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배고프다, 아 배고프다. 사실 수업 끝나면 집에 가방 던지고 나가서 30분 달려야지, 라고 학교갈때만 해도 생각했었는데, 배고픈 나는 이성따위 내던져버려, 달리기 따위 다 소용없다, 다 필요없어, 밥을 먹어야한다! 막 이렇게 되었고, 배가 고픈걸 인지하자마자 배 고프다는 생각밖에 안하게 됐다. 아, 배고프다, 배고프다고 누구에게 얘기하고 싶다...
나는 투안에게 물었다.
"I am hungry 는 베트남어로 어떻게 말해?"
그러자 투안은 '도이 도이' 라고 말해주었다. 도이 도이? 쉬운데? 도이 도이.. 똑같잖아? I 도 도이고 hungry 도 도이야? 했더니, 투안은 그 두개가 다르다면서 내 공책에 적어주었다.
오..
나는 투안에게, 한국에서는 이걸 이대로 읽으려면 '토이 도이'가 돼고, 네가 말한 도이 도이는 소리나는대로 쓰면, 한국에서는 똑같아, 하고 밑에 '도이 도이' 라고 써주었다.
몇 번 발음해보니 투안은 '응 맞아 맞아, 너 똑같아' 했다.
나는 옆자리의 중국인 제이든에게 중국어로 I'm hungry 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제이든은 내게 '워 으' 라고 말해주었다. '워 아이 니' 때문에 '워' 가 I 라는건 알고 있었으니, '으'가 배고파겠구나. 제이든은 그렇다고 하면서, '으'를 발음할 때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사선으로 내리며 이렇게 발음해야 한다고 했다. 제이든이 내게 내 이름부터 시작해서 몇 개의 중국어 단어를 알려줄 때면 내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육성으로 터져가며 웃었더랬다. 특히 내 이름.. 내 이름은 중국어로 하면 '이위칭'이 되는데, '이' 와 '칭'은 비슷한데 '위'가 너무 다르다고 계속 반복 연습시켰는데, 이게 '유'랑 '이' 사이의 그 어딘가에 하여간 아무리 해도 빵빵 터지기만 하고 다르다는거다.
"내가 생각할 땐 똑같아!" 라고 했지만, 제이든은 계속 아니라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그런데 '워 으'는 할 수 있겠는데? 몇 번 연습한 뒤에 제이든에게, '맞아?' 했더니, 맞다고 해서, 오호라, 그러면 다른 애들에게 말해보자, 알아듣나, 싶어졌다. 그래서 뒤를 돌아 로이드에게 말했다.
"워 으"
그러자 로이드는 내게,
"You hungry?"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너 내가 하는 말 알아들었네! 하고 내 그룹원들에게도 '로이드가 내 말을 알아들었어!' 했다. 로이드와 옆자리 애들 다 빵터지고 우리 그룹원들도 막 웃었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귀가 빨개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이페이에게 해봐야지, 나는 이페이, 하고 부른 뒤에 그녀에게 말했다.
"워 으"
그러자 그녀가 깔깔 웃으며 '너 중국어 하네' 라고 했고, '너 내 말 알아들었어?' 물었더니, "너 배고프다고 했잖아." 했다. 그래서 내가 '응 제이든에게 배웠어. 워 으." 그러자 이번엔 그 앞자리 중국여학생들까지 다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워 으, 간단해서 너무 외우기 좋다. 사실 그동안 몇 개의 단어 서로 주고받고 했어도 다 까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워 으, 와 도이 도이는 외우겠네. 나는 이제 베트남어로 그리고 중국어로 배고프다는 말을 아니까, 아 영어로도 알지, 어디가도 굶어죽지는 않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오늘 유튭으로 짧게 찍으려고 했었는데, 하, 점심먹고 뻗어서 자버렸다... 일어나니 저녁 때가 되어서 저녁 먹고.. 하..... 오늘 돼지처럼 보냈어..... 오늘 나는 한 마리의 돼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