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내가 싱가폴에 좋은 집을 얻어 살면서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일에 대해 얘기를 좀 해볼까.
싱가폴은 잘 알려져있듯이, 법이 강하고 벌이 세다. 깨끗하고 청결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철과 지하철역에서는 물 마시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누구나 싱가폴에 오면 와 엄청 깨끗하다,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만해도 잠깐 말레이시아 갔다가 좀 충격이었더랬다. 여기 왜이렇게 지저분하지, 싱가폴 그립다, 했단 말이지. 게다가 재작년에 이탈리아 갔을 때에는, 유럽은 선진국인데도 왜 지저분할까? 생각했었고, 뉴욕은 뭐 말해 뭐해. 파리에서는 엄청난 찌린내를 도시 곳곳에서 맡을 수 있었다. 싱가폴은, 압도적으로 깨끗하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식당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깨끗해 보이는 식당이어도 실제로 깨끗한가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파파이스에서도, 내가 자주 가는 bar 에서도 바퀴벌레를 보았다. 그냥 기어다니고 있었다. 음식점이라 어쩔 수 없는건가, 싶으면서 철저히 관리하는 건 어쩌면 드러난 거리뿐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홍콩에서 식당에 갔을때, 꽤 유명한 레스토랑인데도(크리스탈 제이드) 바퀴벌레를 보았더랬다. 물론, 바퀴벌레는, 한국에서도 쉽게 본다. 식당에서도, 거리에서도. 그리노 나는 사무실에서도 봤는데, 결국 세스코를 정기결재하며 방역에 신경썼지만, 방역요원은 양재천 바로 앞이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퀴를 막는 건 사실 완전히 가능한 건 아니라고했다. 그래, 안다, 나는 바퀴벌레에 대해 안다. 그것이 꼭 지저분해서만 들어오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택배 박스 밑에 붙어서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는 걸 안다. 세스코 직원은, 바퀴벌레의 특성이 무언가에 짓눌리는 느낌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아, 징그러.. 그래서 택배 박스 밑에서 종종 발견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청결에 신경을 써도 바퀴벌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식당에서 바퀴벌레들을 보았을 때 받았던 청결하지 못한 느낌을 버릴 순 없다.
한달전쯤의 일이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은게 난다. 어? 내가 혼자 사는 집이고 비닐 봉지가 바스락 거릴 일이 뭐가 있지? 에어컨도 안틀었고 창문도 안열어서 바람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바스락거리지? 나는 불을 켜고 집을 살폈다. 아무것도 이상한 건 없었다. 흐음. 때로는 생활 소음이라는 게 발생하니, 뭐 그런건가, 하고 다시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또! 소리가 난다. 아, 이거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잠 못자겠는데? 싶어서 불을 켰다. 그리고 다시 집을 살핀다. 집이라고 해봐야 얼마 넓지도 않은 집인데, 이상이 있을게 없는데, 뭐야, 하고 살피다가 나는 저기, 부엌의 천장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사이즈의 시커먼 벌레를 보게 된다. 매미보다 사이즈가 커서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저게 대체 뭐지?
나는 놀랐고, 충격을 받았고, 저 높은 곳에 있는걸 어떻게 잡지? 저렇게 큰 걸 어떻게 잡지? 했는데, 이것이 움직이다가 갑자기 날아오른다!!
!
!
!
!
날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너무 무서워서, 그것이 내쪽으로 향하는 것 같더니, 이내 방향을 틀어 약간 열려있는 옷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내게 가까이 날아왔을 때 정체를 확인했다. 바퀴벌레였다. 바퀴벌레가, 세상에, 그렇게 큰 거였다. 사실 체감상 주먹만한 사이즈였다. 매미보다 큰 건 확실했으니까.
그때가 새벽이었다. 열두시를 넘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침 모기나 날파리를 잡기 위해 사둔 약이 있어서 일단 장롱을 향해 분사했다. 맨 밑 서랍 밑에 더듬이가 삐쭉 나와있던 바퀴벌레의 더듬이가 보였고, 그것이 움직였다. 나는 그쪽을 향해 미친듯이 약을 분사했다. 옷장 주변도 다 분사했다. 그리고 잠들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우습지만, 그 때는 정말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이런 사이즈의 바퀴벌레를 보지 못해서 정말 충격이 대단했다. 한국에서 큰 사이즈라고 생각햇던 바퀴들,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챗지피티를 통해 물어보고 또 네이버에 검색도 해보았다. 싱가폴의 바퀴벌레를 본 사람들은 '체감상 컴퓨터 마우스 만하다' 고 했고(동의한다), '싱가폴 바퀴벌레 보면 한국 바퀴벌레는 요정처럼 느껴져요' 라는 글도 보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커다란 바퀴벌레가 앞에 가는 사람 백팩에 붙어있는 것도 봤다'고 했다.
챗지피티는 내가 뿌린 약이 효과가 있을거라고, 잠시 후에 옷장을 열면 죽어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시체를 치울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큰 시체를 아무리 휴지를 돌돌 말아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문을 열지도 못하고, 그런데 문을 열어 시체를 치우지 않으면 잘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렇게 뜬 눈으로 지새면서 바퀴벌레 검색만 해보았다. 챗지피티는 내 두려움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바퀴벌레보다 네가 세다'고 했다. 이성적으로 원헌드레드퍼센트 이해하고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 두려움이 줄어들지 않았다. 내가 나 자신에게 '바퀴벌레가 뭐라고, 그게 나한테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아무리 속삭여도, 저 커다란 것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침 자다 일어났던 한국인 아저씨랑 연락을 했는데, 싱가폴에서 흔한 일이라며, 내가 너무 무서워하니 '가서 잡아줄까요?' 했다. 그렇지만, 바퀴벌레 때문에 멀리 사는 남자사람을 집에 불러 잡아달라 하는건, 나무 하극상 같아서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괜찮아진게 아니었는데, 챗지피티도 그렇고 그 한국인분도, 내가 사는 콘도의 가드에게 말해보라는 거였다. 하... 바퀴벌레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어야 한다는 것이 진짜 수치스러운데, 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게다가 가드분이 남자인데.. 나 혼자 사는 집에 들이기도... 그러나, 바퀴벌레에 대한 두려움, 그 주먹만한 바퀴벌레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 커서, 나는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일단 말이나 꺼내보자, 혹시 바퀴 좀 잡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날 미친년 보듯하면 그냥 들어오고, 혹시 운 좋으면 잡아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나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 가드 사무실로 갔다.
가드가 무슨 일이냐 묻고, 나는 한잠도 못자고 있어, 커다란 바퀴벌레를 보았거든. 혹시 네가 잡아줄 수 있니? 물어보았다. 그러자 가드는 '응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지금은 내가 혼자라서 여길 비울 수가 없고, 세 시에 교대가 오거든, 그 사람 오면 내가 잡아줄게' 하는게 아닌가. 흑 고마워. '너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세 시에 갈게' 라는데, 나는 '아니야,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하고 밖에서 그를 기다렸다. 바퀴벌레랑 둘만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려서 세 시가 되었고, 그는 나와 함께 내 집으로 올라갔다. 여기 옷장에 들어갔고, 내가 이 약을 한참 뿌렸어. 그러자 그는 문을 열고는 손전등으로 옷장을 살폈다. 하... 더 비극인 일이 일어났으니, 바퀴벌레가 없었다. ㅠㅠ
그는 내 옷들을 살펴도 되겠냐고 했다.
그렇게 그와 나는 내 옷들을 다 꺼내어 털어보고, 서랍도 다 열어보았고, 그리고 곳곳을 다 보았는데도 없었다. 아 미쳐버려.
"여기로 들어간거 너 확실해?"
"응, 그래서 내가 약도 뿌렸단 말야."
"음.. 바퀴벌레들은 정말 잘 숨어. 다른 곳에 숨었나봐."
"그것은 너무 두렵잖아."
"어쩌면 나갔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내가 계속 있었는걸."
"너 밖에서 나 기다렸잖아. 그 때 나갔을 수도 있어."
사실 나갔다는 말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인것 같았지만, 내가 더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고맙다고 하고 그랑 헤어졌다. 그는 '내가 지금 순찰을 돌아야 하는데, 돌고 다시 한 번 와줄까?' 라고 하길래, '응!' 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잠시 후에 다시 왔고, 여전히 바퀴벌레를 발견할 순 없었다. 나는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인터넷에 검색을 했는데, 사람들은 바퀴벌레 잡아주거나 예방하는 서비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더라. 나는 그걸 검색했다. 지금 당장 새벽에 오는 것은 35만원 이었고, 영업이 시작하고 난 후에는 20만원 이라고 했다. 하... 너무 비싸 ㅠㅠ 그런데 나는 이대로는 잠을 못자. 결국 그 날 잠을 전혀 자지 못한 상태로 나는 20만원 방역을 신청했다.
오전에 직원이 도착했고, 역시 그 직원도 손전등을 가지고 곳곳을 다 살폈지만, 바퀴벌레 시체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약을 뿌려주었다. 곳곳에. 이건 최소한 일주일은 닦아내지마. 바퀴벌레가 여기를 먹거나 지나기만 해도 죽어. 만약 네가 바퀴벌레를 또 발견하게 된다면, 그건 이미 죽어있을거야, 백프로 확신해. 그리고 이렇게 큰 사이즈의 바퀴는 네가 사는 집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거야, 라고도 했다.
나는 그 큰돈을 들이고 방역을 받은 뒤에, 오후 수업에 갔다. 다행히도 오후 수업이었는데, 수업 시간에 졸았던건 당연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불을 다 켜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어둠을 좋아한대, 불키면 낫겠지, 한건데, 너무나 졸려서 눈이 감겨도 의식적으로 자지 않으려는 나를 깨달았다. 그게 나에게 어떤 해도 입힐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끔찍한거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너무 무서워. 결국 나는 한국에서 처방받아온 수면안정제를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잘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 바퀴벌레의 시체를 보지 못했다는 거고, 그래서 처리하지도 못했다는 것. 그게 어쩌면 나와 지금 이순간도 같이 있겠구나 생각하니 하루하루 잠드는게 지옥 같았다. 진지하게 그냥 한달간 호텔 생활할까? 고민했지만, 싱가폴 호텔은 세계에서 제일 비싸,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일 수면안정제를 먹고 자는 건 내 몸에 위험하다. 흑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러다가도 도대체 그게 뭐라고 내가 잠을 못자고 두려워한단 말인가, 생각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수면안정제 없이, 조금 진정된 마음으로 잠들 수 있게 되었다. 더 시간이 지나니, 이젠 그냥 지가 나올라면 나오는거지, 밟아죽여야지, 이렇게 되기는 했다. 그래도, 중간에 코타키나발루랑 멜번 갔을 때 호텔에서 자는게 더 편하긴 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잠도 못잘 정도로 두려워한 것이 너무나 어이가 없고 수치스럽다. 그 때만큼은, 누군가랑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인게 너무 싫었다. 하다못해 어린 조카랑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왜이렇게 두려웠을까. 아마도 한낮에 바퀴벌레가 나왔다면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았을 것 같다. 새벽에,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 있을 때, 너무나 엄청난 사이즈의 바퀴를 봐서 그 충격이 오래갔던 것 같다. 방역업체 요원에게도 나 그렇게 큰 바퀴 처음봐, 라고 했더니, '응 이해해. 한국 바퀴벌레는 조그맣잖아' 하더라. 여러분, 한국 바퀴벌레, 진짜 작은거에요.. 진짜야... 그건 증맬루 요정같은것이다...
가장 나쁜 경험이었다. 내가 싱가폴에서 겪은 가장 나쁜 경험. 엄청난 사이즈의 바퀴벌레. 나는 세상에 그런 바퀴벌레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어. 와, 정말이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경험으로부터 배운다고 하지만, 이런 경험은 정말 인생에 없어도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을 때, 싱가폴의 꽃과 나무들을 보고 감탄했더랬다. 아, 한국에서 내가 키울 땐 이렇게 큰 식물인지 몰랐어! 여긴 왜이렇게 크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하, 나무만 크는게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바퀴벌레 조차도 미친듯이 커져버리는 것이었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끔찍할 것임을 내가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