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대만인 친구 Mary 를 만났다.
한국인인 나와 대만인인 Mary 는 놀랍게도, 몇해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다. 그 날,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이름난 맛집에 갔다. 바쿠테를 먹기 위해 로컬 식당을 가고자 한건데, 그 때가 하필 휴일이라 많은 로컬 식당이 문을 닫고, 이름난 맛집만 문을 열어두었던 거다. 줄이 길어서 망설였지만, 나온 김에 먹고가자 싶어 줄서서 기다렸다가, 한참을 기다려 혼자 온 나와, 혼자 온 Mary 가 합석을 하게 됐다. 우리는 각자의 메뉴를 주문하고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다가 서로 여행왔다는 것을 알게된거다. 그렇게 밥을 먹는 잠깐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메신저를 추가한 후에, 그리고나서는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가끔, 아주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대만에 여행을 갔다. 나는 대만에 여행을 가면서 Mary 에게 연락했고, Mary 는 친히 내가 머무는 호텔 앞으로 와서 여러가지 간식을 선물로 주며 커피도 사주었다.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외국어인 영어로 드문드문 얘기를 나누었다. Mary 는 얘기하다보니 나보다 18살이나 어렸다. 그런데 나보다 영어는 더 잘하더라. 나는 내심, 외국 어딘가에서 연수를 받았나보다 생각했다.
Mary 는 나만큼이나 여행을 좋아했다. 그녀도 수시로 다른 나라로 떠났고, 그리고 내게 엽서를 보내왔다. 그녀는 태국에서, 일본에서, 호주에서 내게 엽서를 보냈다. 나는 로마에서, 몰타에서, 싱가폴에서, 호주에서 그녀에게 엽서를 보냈다. 그녀에게 내 엽서는 잘 도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언젠가부터 여행가면 서로에게 엽서를 보내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한국에 여행온 것이다.
길지 않은 일정으로 혼자 여행온 그녀를 나는 그녀가 머무는 숙소 앞에서 만났다. 오기 전부터 Mary 는 푸라닭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터라, 나는 숙소 근처의 푸라닭을 찾아서 그녀와 함께 갔다. 홍대입구역이었는데, 와, 내가 평소에 가지 않는 동네라 잘 몰랐는데,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고 또 엄청나게 외국인도 많더라. 그렇게 우리는 푸라닭에 도착했고, 나는 직원분께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물어 주문했다. Mary 에게 '이게 가장 잘 나간대, 그리고 안맵대' 하고 그녀의 동의를 얻어 주문한 메뉴는 '마요피뇨' 였다. 치즈볼과 맥주, 소주도 주문했다.
Mary 와 나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소주도 한 번 마셔봐, 했더니 알겠다고 마시고서는 너무 세다고 했다. 나는 소주를, Mary 는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이 닭 한마리를 둘이서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이왕 한국에 온 거, 맛있는 걸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네가 배부르지 않다면 뼈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Mary 는 너무 배가 불러서 못먹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게를 나와 street food 를 구경하고, 리어카의 많은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그녀의 숙소까지 갔다. 나는 그녀에게 잘 자고 좋은 여행하라고 말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녀의 숙소 앞에서 만났던만큼 그녀의 숙소에 들어가서, 그녀가 내게 줄 선물을 받아왔고 또 나 역시 내가 준비한 선물을 주었다. 나는 한국의 유명한 두쫀쿠와 Mary 가 아시아나 항공을 다시 선택하게 만든 고추장과 그리고 약과를 선물로 주었다. 스페인에서 산 볼펜도 주었다. 그녀는 내게 간식을 잔뜩 주었다. 백팩에 한 번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만큼 많은 간식이었다.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Mary 에게 싱가폴에서 6개월간 영어 수업을 들었지만, 내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 같지는 않아, 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내가 오늘 Mary 랑 크게 막힘없이 얘기했더라. 물론 그녀도 영어가 외국어인만큼, 우리는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구사하진 못했고, 또 어려운 대화도 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었다. Andrew 랑 대화할 때는 내가 그의 말을 잘 캐치도 못하는 것 같고 이해도 못하는 것 같아서 크게 절망했었는데 Mary 랑은 그렇지 않았다. 이건 중국인 친구 쒸엔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영어가 똑같이 외국어인 사람하고는 서로의 영어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대화가 더 쉬운것 같다.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Andrew 처럼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대화를 잘하는 것인데, 과연 그런 날이 올까?
그러고보니 나는 항상 Mary 가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늘은 똑같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다면 내 영어 실력이 좀 늘긴 한걸까? 이정도는 원래 했던걸까, 아니면 싱가폴에 다녀왔기 때문에 늘은걸까? 다 너무나 쉬운 단어와 문장이었으니 이건 원래 됐던걸까? 아니면 아무리 쉬워도 이정도는 나에게 안됐던걸까? 알 수 없지만, 이번 대화는 그동안 Mary 를 만났던 날들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Mary 와 단둘이 만나 영어로만 얘기한 뒤에 집에 돌아가는데, 지하철 역에서 누군가와 부딪혔고, 앗, 나는 나도 모르게 Sorry! 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놓고 깜짝 놀랐네. 그래서 아?! 하고 한국말로 바꿀라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대체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버벅거리다 그냥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영어를 사용해야 영어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