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요가일기]
우짜이 호흡은 입을 닫고 코로만 숨을 쉬는 것이다.
이 호흡은 심신 안정에 좋다고 하는데, 며칠전 일요일. 편한 다리로 앉아 가만히,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우짜이 호흡을 시작했다. 들이쉬고 내쉬고. 코로 들이쉬면서 폐를 크게 확장시키고, 또다시 같은 속도로 코로 내뱉는 것이다. 심신 안정에 좋다고? 나는 안정되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한숨을 쉬었다.
생각을 비우도록 하라는 선생님이, 어쩌면 내가 내쉬는 한숨소리를 들으셨을까.
'생각을 비우는게 쉽지 않을거예요.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기도 할겁니다.'
라고 마침 말씀해주셨다. 아, 내 숨소리를 들으셨나. 나는 생각을 비우는 일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사실 요가센터에 도착하기 몇분 전, 문자메세지 한통을 받았다. 문자메세지는 다정했고, 또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내가 머리로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 문자메세지가 나의 마음에 영향을 주면 안되었는데, 그런데 감정적으로 내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 알고 있었잖아,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 근데 왜그래!' 나는 나를 다스리려고 하면서, 상대에게 나 역시 다정하게 응대하고, 그래, 이렇게 정리하는거야, 잘했어, 라면서 요가센터에 들어선 참이다. 어쩐지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요가 센터에 들어가면 나는 안정될 것이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앉아서 준비과정의 호흡을 하는데, 나는 안정되지 않았고,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왜 마음이 아프지, 라고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났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좀전에 받은 문자메세지의 내용이 떠올라 괴로웠다. 호흡 중에 선생님의 말이 어쩐지 안심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내 생각을 몰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 나 오늘 요가 못하겠네, 이렇게 집중도 안되고 호흡도 엉망인데, 머릿속에 온통 문자메세지 생각 뿐인데, 그런데 요가를 어떻게 한담?
그러나, 요가는 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 요가가 어떨것이다, 짐작할 수 없다. 수련은 분명 <힐링하타> 라고 했는데, 아, 가만가만 몸을 이완할거라고 생각했던 이 '힐링' 하타는 내 몸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선생님이 지시하는 동작들은 격렬했고, 게다가 나는 약 8개월만에 그 날 처음하는 요가였다. 싱가폴에 머무는 동안 집에서 조금씩 요가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센터에서 본격적으로 하는건 8개월만에 처음이란 말이다. 나는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동작들을 이어나가면서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무너지기도 했고, 땀이 흘렀으며, 아아, 몸이 그동안 많이 약해졌구나, 생각도 했다. 한시간 내내 동작들을 따라하다 보니, 마음이 안정되어서가 아니라, 몸이 너무 힘들어서, 문자메세지를 받은데에서 오는 고통을 좀 잊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2017년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때 나는 곧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이었고, 그래서 젖은 휴지처럼 철푸덕 바닥에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뭐라도 몸을 움직이자, 라고 생각했지만, 평소 산책을 좋아하던 내가 아무 움직임도 하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그 때 나는 큰 상실감에 허우적대고 있었고, 아 내가 내 의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돈을 들이자, 남의 도움을 받자,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헬쓰장과 요가센터를 고민하다 요가센터를 선택했더랬다. 그 때 내가 기대한건, 마음의 안정이었다. 요가의 명상은 나를 안정시켜줄거야, 상실감에 허우적대는 내 마음, 잘 다독여줄거야.
그러나 역시, 요가를 몰라서 했던 생각이었다.
내 인생의 첫요가, 그 첫 수련은 '빈야사' 였다. 나는 요가가 그런건줄 몰랐다. 앉아서 명상하고 마음 토닥토닥 해주고 스트레칭 하는건줄 알았지, 이렇게 온 몸의 근육을 쓰는 운동인 줄 몰랐다. 상실감과 그로 인한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다가 한시간 빈야사를 만난 나는, 아니, 상실감은 무엇이고 괴로움은 무엇이야? 처음 보는 해괴한 동작들을 따라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입에서는 끙끙 신음소리도 났다. 아니 이게 뭐야, 아니 이게 뭐야. 아이구야, 아이구야, 입밖으로 내면서 한시간을 마치고 나니, 아니, 내 상실감 어디갔어요? 나는 상실감을 떠올리는 대신, 내 육체의 비루함을 마주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심한 근육통을 맞이하게 됐다.
요가는 그랬다. 내가 기대한 방식으로가 아닌,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를 달래주었다. 지난 일요일도 8개월만에 요가를 하고 다음날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근육통에 시달리며 아침에 잠에서 깨니, 전날의 문자메세지도 그렇게까지 아플 건 아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요가를 시작한 지 햇수로 10년차.
매일 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 때도 그리고 이번에 싱가폴 어학연수 때도 장기간 쉬기도 했으며, 여전히 되지 않는 아사나들 때문에 짝사랑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는 내가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살리고 있다. 그래서 요가를 놓을 수가 없다. 요가가 나를 살리고 있다. 나를 붙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