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을 위한 잠시의 휴식
이렇게 첫 글을 쓰기까지 못해도 6개월 이상의 게으름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과, 이에 대치되는 자기검열에 대한 두려움, 건조하고 진중한 내 글에 귀를 기울여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불필요한 우려간의 내적 갈등 또한 있었다.
하지만, 이를 끝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나와 내 글의 독자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잠시의 휴식(El Descanso Breve)'에 대한 의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얼마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게 생긴 가장 큰 정서적 변화는 내가 이전에 누려왔던 무한정의 자유시간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사함과,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무거운 감정의 뒤섞임이었다. 그래서 나는 짧지만 확실한 나만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에 충족하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만히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 삶에서 나를 가장 크게 보듬어주었던 두 가지는 1) 종종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와 2) 음악 활동이었던 것 같다. 첫 번째 활동은 초, 중, 고 시절 꽃을 피웠던 반면, 두 번째 활동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린 시절 내가 글쓰기에 처음 흥미를 붙였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보이고, 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을 즐겼던 반면, 시간이 갈수록 '글쓰기' 활동은 '기록'이라는 제한적 의미로 좁아졌던 것 같다.
물론 이따금씩 내 감정의 변화와 흐름을 적어내려가긴 했지만, 그 모든 글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내 안을 향해 폐쇄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요새 들어 점점 내가 가진 평소의 생각들과 이야기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고, 토론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책 안보다는 대화로, 또 대화를 넘은 관계로부터 배우는 삶의 과실과 교훈들이 많다고 여기는 나인 만큼 내 적어진 시간과 좁아진 활동 반경 안에서 그런 활동을 하기 위한 '채널'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졌던 것 같다.
앞으로 나는 한정된 주제가 아닌 내가 평소에 내가 느끼는 단순한 생각과 일상들로부터 시작해 내 과거와 미래, 그리고 세상에 있는 수많은 재밌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내 글들이 단순히 나 혼자만의 메아리만으로 그치지 않도록 적은 수의 독자들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잠시의 휴식(El Descanso Breve)'을 얻어간다면 나는 그걸로서 만족한다.
글이 서툴고, 때론 지나치게 만연체일 수도 있지만 이 조그만한 공간에서 필자인 나나 내 글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독자나 모두 자기 자신에게 가장 편한 필체와 목소리로 대화에 임했으면 한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