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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 Descansador Jun 21. 2018

2. 가난한 나라, 부자 동네  (1)

이방인의 시선 

가난한 나라.

적어도 출국 전 내가 가지고 있었던 멕시코에 대한 인상은 그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경제 규모를 추산하는 지표를 사용한다고 하면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2017년 자료(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를 기준으로 멕시코의 GDP는 1조 2천억 

달러 수준으로 전세계 15위 규모이다. 동일 기간 한국의 GDP가 1조 7천억 달러(12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1인당 GDP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멕시코의 1인당 GDP는 약 9,700 달러 수준으로 세계 37위로 랭크되어 있다(참고로 멕시코의 인구는 약 1억 3천만여명이다). 한국의 1인당 GDP가 약 33,000 달러(22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꽤 큰 차이다. 전체적 경제 규모로 보았을 때 멕시코는 한국의 71% 수준이나, 이를 1인당 GDP 수준으로 

비교하면 30% 이하로 떨어진다. 


하나의 통계를 더 소개하자면, 멕시코 정부가 조사한 2017년 멕시코 빈곤율은 44%에 달한다. 또한 

생필품의 마련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빈곤층'은 7.6%에 달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나마 들었을 법한 멕시코의 불안한 치안, 심각한 빈곤율은 많은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위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멕시코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대국에 가깝다. 


글을 시작부터 재미없는 통계 수치를 언급한 건 독자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환기하고, 균형된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가난한 나라. 적어도 출국 전 내가 가지고 있었던
멕시코에 대한 인상은 그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제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그래, 비슷한지만 재밌는 이야기인 돈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멕시칸 페소 환율을 찾아봤다. 한화 54원당 1페소였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을 했던 당시인 2015년 7~8월 환율을 찾아보니, 역시 내 직감이 맞았다. 그 당시 환율은 1 페소당 72원이었다. 당시엔 지금보다 약 33%씩이나 페소가 비쌌던 것이다. 

최근 3년간 환율 추이를 보아도 나는 멕시칸 페소가 가장 비싼 시기에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하하.. 


그도 그럴 것이 멕시칸 페소는 한화 ⟶ 달러 ⟶멕시칸 페소의 순서로 환전이 되기 때문에 수수료로 

비쌀 뿐더러 원/달러 환율 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2015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166원으로 달러 강세가 상당한 시기였다. 게다가 멕시칸 페소 또한 지금처럼 평가절하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현재 환율과 차이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추가적으로 찾아보니 내가 한창 남미를 여행 중인 2016년 1월~2월 사이에는 원/달러 환율이 고점일 때 1,245원에 달한 것을 확인하고 새삼 놀라기도 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때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의 국가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경제가 휘청하는 것이 일반적(최근 아르헨티나의 예처럼)이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추가적으로 하겠지만 초강대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의 

신세란 참 측은하고, 구조적으로 피해의식에 젖을 수밖엔 없는 구조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참고로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한다. 


이렇게 환율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따로 있다.

현재와 비교했을 때 당시 멕시코 환 가격이 페소당 18원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낀 멕시코의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3~40% 저렴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싼 것들이 참 많았다. 고기, 유제품, 과일, 야채, 빵, 쥬스 등은 그 이상으로 저렴했다. 




왼쪽은 소고기(Res), 오른쪽은 돼지고기(Puerco) 가격이다.



위 두 사진은 내가 살던 동네의 정육점에서 찍은 kg당 고기 가격이다. 

생각보다 싸지 않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내가 즐겨먹었고, 부드러운 허리고기로 한국 사람들도 즐겨 먹는 필렛(Filete) 가격을 기준으로 소고기는 kg당 MXN $ 190(현재 환율 기준으로 10,260원)

밖에 되지 않는다. kg당 가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해주기 바란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한국의 경우와 같이 더욱 저렴하다. 돼지고기 역시 필렛(Filete)를 기준으로 kg당 MXN $ 90(현재 환율 기준으로 4,860원)이다(돼지고기 가격은 나 역시 새삼 놀랍다). 


고기를 많이 드시는 분이라면 1kg가 한 끼로 끝낼 수 있는 양일지 모르나, 나처럼 고기를 좋아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면 큰 두 끼 혹은 작은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고기 양이다. 


고기 말고 더 극적인 예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건 '아보카도'다. 아보카도는 멕시코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일 정도로 멕시코가 세계적으로도 주요 생산국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비교를 해보자면 한국 내 아보카도의 가격은 1 개당 가격이 2,500~3,000원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멕시코에서는 kg당 가격이 3,500~4,000원이다. 아보카도 무게를 재본 적은 없지만 약 5개 정도가 얼추

1kg에 달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생활 물가 이야기를 해보았으니, 다음 글에서는 내가 살던 동네와 학교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해보자.






초강대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의 신세란 참 측은하고,
구조적으로 피해의식에 젖을 수밖엔 없는 구조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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