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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do Oct 18. 2020

한국 토종 입맛

도시락 싸기

큰아이는 6살, 작은 아이는 23개월에 시작된 해외 살이.

집에서는 한식 위주로 먹었다 해도 학교에 가면 현지식으로 급식을 먹었는데도 우리 아이들의 입맛은 완전 한국 토종이다. 감히 한국에 사는 아이들보다 더 한국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상하이에서 살 때는 그래도 학교 급식을 그럭저럭 먹던 큰 아이가 말레이시아에 와서는 학교 급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하교하고 오면 배고픔에 허겁지겁 간식을 먹는 아이를 보면서도 적응해야 한다며 나는 학교 급식을 고집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난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게 아니라 너무 괴로워요”  덩달아 작은 아이도 학교 급식이 맛없다며 투덜거렸다. 심지어 큰아이는 자기가 도시락을 싸서 다니겠다고까지 한다. 학교 급식이 그렇게나 맛없는 것일까?


급식 세대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친구들과 맛있게 먹던 기억, 현직에 있을 때 학교 급식을 먹던 기억을 생각해 보면 점심시간은 기다려지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괴로움이라니...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요리를 즐겨하지 않아서 아침저녁 식사 준비만으로도 버거운 나였기에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건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도시락 반찬을 위해 만든 장조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는 건 문제가 아닌데 매일 무얼 싸야 하나가 고민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이걸 어떻게 하셨을까. 고등학생 땐 야간 자율학습까지 있어서 나와 남동생 도시락을 각 2개씩 싸셨는데... 그땐 그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도시락을 열면 공부하느라 지친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쪽지편지가 한 번씩 들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엄마의 도시락과 사랑을 먹고 컸는데 정작 엄마가 된 나는 내 아이 먹일 도시락 싸는 일이 귀찮아 망설이다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결심을 굳히고 도시락을 싸 준 첫날!

아이들은 차에 타자마자 오늘 도시락 정말 맛있었다며 엄지 척을 해주었다. 집에 와 도시락통을 여니 정말 깨끗하게 다 먹은 빈 통이었다. 그걸 보니 도시락 싸 준 보람이 느껴졌다.


아침에 먹은 반찬 그대로 인걸 아는데도 오늘 점심 반찬은 뭘까 기대가 된다는 귀여운 녀석들. 내일 점심 도시락에는 우리 엄마의 쪽지편지처럼 나도 사랑 담은 쪽지편지를 넣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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