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떠난 다섯 직장인의 워케이션 기록
직장인의 꿈은 프리랜서라는 말이 있죠. 사람들로 가득 찬 사무실에 있다 보면 갑자기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이 있지 않나요? 어제는 야근을 하는데, 뒷자리 동료 E가 말했어요. “지금 밖에 눈이 온대요. 첫 눈이네요.” 둘이 신나서 창밖을 보는데 문득 슬퍼졌어요. 속으로 ‘나도 저 눈을 맞고 싶다!’라고 외치면서요. 요즘 워케이션이 유행이잖아요. 세상 참 좋아졌죠. 일과 휴가를 함께할 수 있다니요. 그래도 왠지 반신반의, 의문이 생겨요. 그래서 실제로 떠나온 동료들에게 물어봤어요. “정말 쉬면서 일하는 게 가능했나요?”
Editor 지수
Photo 김지은, 소병학, 정영선, 이강민, 황시내
김지은
인사ㅣ연차
새로운 회사에 합류한지 5개월 차. 아직 적응 기간이라 매일이 바쁘기만 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해 인사제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궁리하는 중이다. 일상에서의 시간도 쪼개어 바쁘게 보내며 삶에서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차에 다녀온 워케이션은 그녀에게 오롯한 기회였다.
Q. 정읍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국립공원공단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내장산 생태탐방원 내 생활관을 숙소로, 강의실을 근무지로 이용했는데 ‘자연과 함께 꿈꾸며 자연과 함께 배우는 상생의 공간’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은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놀멍 쉬멍 키트’, ‘머그 컵 만들기’, ‘내장호 트래킹’, ‘단풍 나들이’까지 아기자기한 체험들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튿날에는 숙소와 업무 공간에도 익숙해졌고, 아침 산책을 하거나 자연에 속해 일과 휴가를 동반하는 진정한 워케이션을 경험한 것 같아요. 저는 오롯이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짐을 최대한 간소하게 꾸렸어요. 휴식보다 일의 비중이 높았지만 업무 공간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Q. 기회가 있다면 또 떠나고 싶나요?
그럼요. 매일 2시간 씩 지옥철을 경험했던 저에게 워케이션의 기억이란.. 어련하네요. 아, 갑자기 떠나고 싶어요!
소병학
세일즈ㅣ 연차
공유오피스 플랫폼 회사의 세일즈 담당을 맡고 있다. 워케이션 TF PM을 맡아 워케이션 상품 기획을 리드하며, ‘Work Anywhere’라는 팀 슬로건에 맞게 언제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완벽하고 알찬 워케이션 서비스를 찾아 열심히 동분서주하는 중!
Q. 언제 떠났나요?
지난 가을이었는데요. 솔직히 워케이션 하면 멋진 바다 뷰가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잖아요? 그런데 제가 도착한 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태백이라 조금 실망했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어요. 360도 서라운드 단풍 뷰에 감탄 또 감탄했죠. 하루는 오전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했어요. 빌딩숲에만 있다가 진짜 숲에 있으니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원래 아침밥은 생략했는데 거기선 희한하게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물론 조식이 공짜이긴 했지만요(웃음). 공기가 좋으니 입맛이 돈 거죠. 종일 산 중턱에 있는 목장카페에 가서 근무했어요. 진짜 산양도 보고 직접 먹이도 주면서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신나게 지냈네요. 오해는 마세요. 물론 일도 했답니다.
Q. 별이라니. 부럽네요.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시설이요. 사무실 공간이 아니다 보니 와이파이나 콘센트처럼 아주 자잘한 불편함들이 생길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일반 관광객과 한 공간에 섞여 있다 보니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요. 나중에는 대다수의 팀원들이 각자 방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물론 숙소에서도 에서도 멋진 마운틴 뷰가 있었지만요. 그렇지만 또 가라고 한다면… 무조건 '예스'입니다(웃음). 아쉬운 점들은 충분히 개선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강민
전략 기획ㅣ연차
전략 기획이란, 때로는 일의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가공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도움될 인사이트를 찾아 적용하는 일을 한다. 평소엔 요란하지 않고, 정갈한 것을 선호하며 자주 효율을 따진다. 업무적으로는 계획적, 체계적인 자아가 나오지만 일상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둔다.
Q. 잘 다녀왔나요? 어디로 떠났는지 궁금해요.
삼척은 처음이었어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도시였죠. 사실 이번 워케이션을 떠나며 ‘과연 워케이션이 정말 사업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었어요. 고객의 관점을 찾으려 했죠. 다들 로망을 품고 있겠지만 업무시간은 말 그대로 업무 시간이었어요. 휴가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요. 오랜 동료들과 지역 식당에서 야식을 먹으며 긴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마지막 날에는 해수욕장에서 대게 코스요리를 먹었는데 완벽한 마무리였어요. 대게 살이 진짜 통통했거든요. 신나게 뜯어먹었죠. 모든 풍경은 카메라가 담을 수 없을 만큼 빛났고요.
Q. 실제로 다녀와보니 어떤가요?
워케이션 시장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계기가 됐어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확장될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해외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재택근무에서 나아가 어느 곳에서도 가능한 업무양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재택근무라는 단어도 어불성설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피할 수 없는 업무 트렌드가 되었죠. 워케이션 문화도 그렇게 발전되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어요. 직접 해보니 업무 공간이 집중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과 휴식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연한 업무시간 분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불편함들이 개선된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또 떠나고 싶네요.
전영선
오피스 소싱 프로젝트ㅣ연차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업무방식을 즐긴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나 장소를 탐색하길 좋아한다.
Q. 일하며 쉴 곳을 찾아 도착한 곳은 어디였나요?
저도 태백으로 떠났어요.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고립된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대자연의 기운이 충분한 곳이었죠. 빛 공해지수가 낮아 별을 보기에도 가장 좋은 지역이에요. 워케이션 프로그램 중에 기상관측소에 직접 방문해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별빛이 내린다고 할까요. 밤하늘의 별을 처음보는 것처럼 매일 설레더라고요. 물론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업무적 장단점을 겪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한단계 넓어진 시야를 갖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아니라 이동 시간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숙소에서 음식점, 워킹 스페이스가 멀어 기동성면에서 아쉬웠어요.
Q. 다시 떠난다면 뭘 하고 싶어요?
등산을 좋아하는 K직장인으로서, 등산 일정을 꼭 넣어보고 싶어요!
황시내
디지털 서비스 기획 ㅣ 연차
다양한 사업부서와 개발파트 사이에서 고객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디지털 서비스를 기획한다. 여행을 갈망하는 직장인으로서 느슨해진 일상을 벗어나 낯선 환경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바란다. 궁금한 건 알아야 하고, 안 해본 건 해봐야 하는 ‘얕고 넓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
Q. 숙소는 어디 있었나요?
삼척 맹방해변 바로 앞에 숙소가 있었어요. 창문으로 산이 보이고, 작은 방에는 해돋이가 보이는 바다 풍경이 있었죠. 신기하게 늘 일출 시간에 눈이 떠졌어요.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해 뜨는 풍경과 함께 매일 두 시간씩 산책했어요. 서울에서 꿈도 못 꿀 아침 루틴인데,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더라고요.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져서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업무를 시작했어요. 워케이션은 마음가짐에 따라 장단점이 확연해요.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다고 해도 본인의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단점으로 적용될 거예요. 다만, 워케이션의 분명한 장점은 일과 삶 사이의 리프레시가 된다는 거죠.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Q. 워케이션을 떠나려는 직장인에게 팁을 주지면요?
숙소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이 갖춰 있지만, 낯선 환경이 부담스럽다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던 물건을 챙겨보세요. 원래 일상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카메라와 인센스 스틱을 챙겼답니다!
Editor Asks
월말 기록하는 직장인, 찬빈의 이야기는 어땠나요? 사실 저는 기록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이런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어차피 실패할 것이니 기록은 시도 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나중에 돌아볼 소중한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펜을 들고 싶어졌어요. 꼭 뭔가를 적지 않더라도 사진이나 짧은 단어로 오늘을 남겨보고 싶어요. 여러분, 이제 새해가 왔어요. 찬빈은 새해엔 대화가 많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우리도 생각해볼까요? 올해는 00이 많은 한해였으면 좋겠다, 에서 00에 빈칸을 채워주세요. 혹시 모르죠. 나중에 이곳으로 성지순례를 오게될지!
00이 많은 새해였으면 좋겠다. 답변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