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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인간 Oct 04. 2024

광기의 이중창

조커: 폴리 아 되

되도록 스포일러가 없도록 노력하면서 썼지만, 스포일러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죄송한 마음을 밝힙니다. 사소한 스포일러라도 피하고 싶으신 분은 읽기를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어 '폴리 아 되'(Folie à Deux; madness for two)는 정신증의 공유 또는 전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이며, 우리말로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 정도가 된다. 5년 전 개봉된 전작 <조커>가 조커 한 사람의 광기를 다룬 영화였다면, 그 후속작인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이를 확장하여 조커와 할리 퀸 두 사람의 광기를 다룬 것은 어쩌면 논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논리적 확장은 영화의 결말에는 다시 출발점으로, 그러나 약간은 다른 지점으로 회귀한다. (숨겨진 확장이 또 있기는 하다.)


영화는 전작의 음울하고 과격한 모노드라마에서 듀엣 뮤지컬로 변모되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부분은 조커 또는 아서 플렉의 광기/열등감 복합체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듀엣 뮤지컬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커와 할리 퀸 두 광인의 로맨스를 표현할 때인데, 아주 기괴한 인물 둘이 벌이는 사랑이 너무 정상적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기괴하다. 이는 사랑의 불변성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로맨스로서의 사랑 그 자체가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


영화의 또 하나의 축은 법정드라마다. 가장 제정신이어야 할 법원 안에서조차 조커는 스스로를 불리한 방향으로 변호한다. 후반부에 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이 등장하며 본 의미의 법정드라마로 잠시 복귀하는 듯하지만, 뒤이은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드라마를 파국으로 이끈다. 마지막 장면이 얼떨떨하고 갑작스럽고 개연성이 결여돼 보일 수 있지만, 영화적 감정의 흐름에서는 적절한 결말일 것이다. 게다가 이 장면을 잘 눈여겨보면 정신증이 또 다른 이에게 전이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폴리 아 되. 그리고 그럼으로써 아서 플렉은 결국 자유롭게 된다.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잡설. 처음에는 레이디 가가가 캐스팅되면서 그녀의 고집에 따라 영화가 뮤지컬화 된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은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 2편을 기획하면서 처음부터 뮤지컬을 염두에 둔 것이고, 레이디 가가의 캐스팅은 뮤지컬로 확정된 이후였다. 미안하다, 레이디 가가.


리(레이디 가가)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흡연하는 장면이 쉴 새 없이 나오는데, 가수로서 레이디 가가의 목 상태가 계속 걱정됐다. 아니나 다를까, 특히 초반부에서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너무 생짜고 음정도 불안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의도된 것이었다. 리나 아서 플렉의 심리 상태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레이디 가가와 호아킨 피닉스에게 '거칠지만 진솔하게' 노래할 것을 지시한 것이었다. 미안하다, 레이디 가가.


감독인 토드 필립스는 이 영화를 '미친 사람들'이 만든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그러나 박스 오피스로는?


기억에 남는 아름답고 기발한 장면이 꽤 있다. 특히, 아서 플렉과 리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할 때 리가 립스틱으로 그린 곡선에 아서 플렉/조커의 입이 겹쳐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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