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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22. 2023

청소 알레르기

에세이

세상에 깨끗한 것에 알레르기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다. 너무 깨끗한 무균실 같은 상태에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그런 사람도 있을 것만 같다. 청소를 하기 싫은 변명이 아니라 나도 분명 그런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 가끔 청소를 하고 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간지럽다. 아마 집안 구석구석 쌓여있던 먼지가 내 몸에 달라붙어서 생긴 알레르기 반응이겠지만, 괜히 청소를 하고 나면 간지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고 보니 내가 쓰고 있는 화장실 청소용 락스가 주원인이었다. 나는 거기다 상상력을 좀 더 보태서 세상에 청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정확히는 청소가 아니라 '깨끗함 알레르기'이다.


사실 뭐든 깨끗한 것은 좋다. 나는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 깨끗한 방안, 깨끗한 사무실 책상을 유지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정돈되지 않은 세계는 상상력의 기회를 뺏어간다. 근데 상상력의 기회를 맞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재밌는 상상이다.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이라니. 거울 속의 나를 나로 상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 말이다.


깨끗한 상태가 상상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인간은 깨끗하게 살기를 거부한다. 매일 흙바닥에 뒹굴고 썩은 음식으로 연명하며 죽음과 사투한다. 깨끗함을 거부한 인간은 철저히 현실만 기억하게 된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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