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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23. 2023

나는 나의 부족함을 사랑한다

에세이

아무리 신경 써서 글을 써도 결국엔 오탈자가 보이고 틀린 문장이 보인다. 괜찮은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브런치는 좀 무신경하게 그냥 아무렇게나 휘갈기고 있는데, 그게 덜 사랑해서 아니면 덜 소중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일종의 일탈에 가깝다. 나는 일탈을 더 사랑하는 편이니까. 내 브런치에 쌓이는 이 문법적으로 허접하고 기승전결도 없는 에세이들을 좀 더 사랑하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부족함을 잘 알았다. 나의 모자라고 부도덕하며 텅 빈 마음을 잘 알았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보며 매일 나의 부족함을 확인했다. 그건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였다. 때론 "난 벌레 같은 인간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게 대체 무어에 기인했냐고 묻는다면 말하기 어렵다. 아마 평생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게다. 나 자신도 스스로 잘 알지 못하니까.


어릴 땐 그랬고... 지금은 어떨까? 나는 최근까지도 내가 딱히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여전히 나는 부족함 투성이고 내 글도 마찬가지니까. 볼 때마다 부족한 게 보이는 글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오늘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의 부족함을 본다는 건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거네. 못 보면 발전할 기회도 없는 거잖아. 성장 유튜브나 동기부여 영상을 본 것도 아니다. 그냥 스스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나의 부족함을 다른 관점으로 본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뭘 했길래 달라졌나? 그런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아, 나이를 먹은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고 여전히 모자란 사람인데. 뭐가 달라졌겠나. 이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야 나의 부족함을 사랑하게 된 거다. 누군가는 다섯 살에 누군가는 스물에 누군가는 아흔이 넘어서 이뤄질 일이 나는 서른 하나가 돼서 이뤄졌다. 사랑을 한다는 건 인정한다는 거다. 부족함을 인정하게 됐다. 인정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겠냐만은. 사실 인정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인정하는 순간 정말로 사실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맞다. 지금까지 부족한 사람인 걸 봤지만 그런 사실을 만들기 싫어서 인정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염치가 사라진다고 한다. 염치가 사라져서 좋은 점은 아마 이런 거 아닐까 싶다. 그런 사실이 있어도 뭐 어때라고 넘기는. 좋게 말하면 여유고 나쁘게 말하면 염치없음이다. 근데 또 염치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반은 인정하고 반은 노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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