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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Jun 26. 2023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리뷰

맞는 것은 정말로 두려운 일이다.

실제로 링 위에 오르면 감각적, 감정적 두려움이 육체적 고통을 지배한다.

전력을 투구하지 않은 취미 스파링에도 금세 지쳐버린다.

상대 주먹을 맞을 것을 계산하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일은 이성적일 때 일어나는 일이다.

천 번째 전투를 맞이한 군인에게도 싸움은 필시 두려운 일일 것이다.

주인공 케이코는 두려움에 맞불을 놓기 위해 앞으로 달려든다.

그녀는 신체 조건이 '악성적'인 것을 안다. 그의 감독 회장님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악조건을 간단히 서술한다.

'조건이 불리하다' 곧 '삶이 불리하다'와 맞닿는다.

부조리한가? 부조리하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의 삶을 콕 집어 '부조리'하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들을 숱 없이 봤다.

적당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조리한, 불리함의 조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계에 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어정쩡하게 부조리를 정화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는 시종 건조하면서 드라마틱하다.

무슨 말이냐고?

텍스트는 건조하다. 대사는 주인공 케이코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건조할 수밖에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촉촉할 수 있겠지만, 미야케 쇼 감독은 검은 화면에 자막을 넣음으로 촉촉한 상상력을 배제했다.

이야기, 마찬가지다. 여자복서와 청각장애라는 콘텍스트를 가지고 관객을 시험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지는 드라마틱하다. 오래된 필름과 비율을 사용하면서 낭만을 추구한다.

현대인은 복고풍 이미지에 감상적으로 변한다. 이야기의 설정은 현재에 가깝지만, 이미지는 낡음을 추구한다.

복서들은 땀에 젖은 랩을 감고 풀고, 손빨래를 하면서 랩의 수명을 이어간다.

케이코는 오래되고 낡은 샌드백과 유리가 있으면서, 고전적인 수법을 잇는 회장님의 체육관에 남고 싶다.

그들은 고의적으로 오래된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곳에 그러한 방식이 있었을 뿐이다.

필름도 마찬가지다. 

16mm 필름 작업을 추구한다는 건 오래된 수법을 고의적으로 차용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의도 없는 설정은 없다. 하지만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필름을 뽐내는 영화는 아니었다.

우리는 곧잘 영화의 신비로움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이 영화에는 당신이 찾는 신비로움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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