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해보고 느낀 정말 필요한 ‘이것’
"결혼은 현실"이라는 문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돈, 집, 안정적인 직장... 이 단어들은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 굳건한 버팀목처럼 여겨진다. 물론 먹고사니즘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모든 현실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장되는 것일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 시대의 결혼에는 '낭만적인 충동'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드라마들을 떠올려보자. 신데렐라 스토리, 우연한 사고로 함께 살게 된 남녀의 사랑, 운명적인 결혼... 지금 보면 유치하고 과장된 설정들이 난무했지만, 그 안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은근한 판타지가 녹아있었다. 물론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그러나 결혼에는 이처럼 낭만적인 우연과 충동이, 때로는 비현실적인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꽤 오랜 기간 동거를 했다. 결혼 전 동거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당시 우리에게는 꽤나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자는, 다소 무모한 충동에서 시작된 동거는 작은 원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살림을 합쳐가며 서로의 인격을 확인하고, 우리의 사랑이 앞으로 닥칠 수많은 무작위성과 혼란을 이겨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았다.
결혼은 안전과 안정을 담보로 한 보험이 아니다. 오히려 검은 안개로 뒤덮인 미지의 세계를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험에 가깝다. 내 옆 사람이 지금까지 세상의 풍파를 잘 헤쳐나갔다고 해서, 나와 함께하는 미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혼은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려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그 의미를 드러낸다. 서로 죽고 못 살던 커플이 부부가 되어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 이유는, 파트너로서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짝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와 아내도 일주일에 몇 번씩 삐걱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낭만적인 충동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 순간이 없다면, 아무리 이성적인 판단을 거듭하고 그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도 마음속 깊은 곳의 갈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사랑과 결혼은 그런 것이다.
나의 짝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낭만적인 충동,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흔한 예물 하나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왜 비싼 집에서, 좋은 환경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낭만적인 충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신혼부부가 꼭 좋은 집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종종 "낭만은 사라지고 현실만 남는다"며 결혼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낭만적 충동이 있어야 현실을 견딜 수 있다. 상대방의 모든 조건을 체크리스트로 채운 결혼이라 해도, 살아가는 동안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쏟아질 때 버티게 하는 것은 체크리스트가 아닌 '함께하고 싶었던 순간'의 기억이다.
결혼은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살아가는 힘은 낭만적인 충동에서 나온다. 낭만적인 충동은 어쩌면 우리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이 사람'을 선택하는 의지다. 결혼의 현실이 두렵다면, 오히려 질문을 바꿔보자. "완벽한 준비를 마친 다음에 결혼해야 할까, 아니면 결혼하며 준비해 갈까?"
어차피 인생은 예측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