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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희 Nov 25. 2022

5. 생활기록부 관리(자격증)

일반계 고등학교와 차별화된 강점

 생활기록부 관리는 대부분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중심으로 기록이 된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 이뤄진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으로는 자격증 취득이 있었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전문 기술을 배우기 위한 학교이므로 학생들에게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의 경우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제16조에 의거하여 전공 관련 자격증 한 종목을 필기시험을 면제받고 실기시험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나의 모교 역시 특성화고였으므로 학창 시절 나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을 통해 많이 듣게 되었다.


 처음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던 것은 1학년 입학 후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당시 우리 학교는 0교시 보충수업을 실시하였는데, 보충수업으로 자격증 필기시험 준비반이 개설되었고, 자신이 희망하는 종목의 수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 그 당시까지 자격증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옆 친구의 조언에 따라 가장 쉽다는 워드프로세서 필기시험 대비반에 신청하게 되었다. 생활기록부를 꾸미려면 자격증 몇 개는 따 두는 것이 좋을 것이고, 어차피 0교시 보충수업을 해야 할 상황이므로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고 공부해본 결과 바로 워드프로세서 2급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바로 실기시험까지 합격하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처음엔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였더니 성취감에 또 하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솟아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기간 동안 워드프로세서 2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인터넷정보검색사 2급, 전자기기기능사 총 네 개의 자격증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었고, 생활기록부에는 올라가지 못한 일본어능력시험 2급까지 총 다섯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결과적으론 다섯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하였으나, 그 과정을 살펴본다면 그 과정이 솔직히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워드프로세서 2급, 인터넷정보검색사 2급, 일본어능력시험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컴퓨터활용능력 2급 필기시험에 합격했던 어느 날, 마침 여름방학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컴퓨터학원에 등록하여 컴활 2급 실기시험과 정보처리기능사 필기시험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며 연습한 결과 컴활 2급 실기시험에 합격하였고, 정보처리기능사 필기시험에도 합격하였다. 이때까지 취득한 자격증이 총 네 개였기에 나의 의욕은 점점 더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내가 자격증 따는 것에 반대하신 것이었다.


어머니 : 이제 니 자격증 그만 따고 컴퓨터학원도 다니지 마라.


나 : 아니 왜요? 지금 잘 다니고 있고 자격증도 땄는데


아버지 : 그거 따 봐야 쓸데없다. 니 자격증 따서 어디 쓸건대?


어머니 : 그래, 인생에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사회 나가봐라. 누가 자격증 같은 거 알아주겠나?


나 : 아니, 그래도 지금 내가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어머니 : 네 개 땄으면 됐지 뭘 더 하려고?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냥 공부나 해라.


나 : 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공부는 하면서 자격증 공부도 해보겠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예요?


아버지 : 쓸데없는데 신경 쓸 힘이 있으면 대학 갈 공부나 집중해라. 니가 느그 학교에서 잘해봐야 뭐 그리 대단한 일 할 수 있겠노? 애당초 니가 대학이나 가겠냐?


나 : ......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우리 부모님이 대졸자였기에 그 당시 대졸자들에게 자격증이니 스펙이니 이런 게 덜 중요했었다는 사실이야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이 살던 때와 내가 살아갈 시대는 다르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거 어디 쓸레?'라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대체 인생 한평생 동안 배운 것 중에 실제로 쓸 수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이때의 나는 어렸고, 또 부모님에게 나는 인문계도 못 간 열등한 아들놈이었으며 실업계나 다니는 죄인이었기에 이런 반박조차 하지 못했고, 설령 내가 반박하더라도 그 모든 반박은 '니가 뭘 하겠냐?'는 한마디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부모님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나에게 컴퓨터학원을 그만둘 것과 자격증 취득도 그만하라고 밀어붙이셨다. 당시 부모님의 입장에선 본인들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결과로써 나한테 저렇게 말씀하신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열심히 해낸 결과에 대해 '쓸데없다.' 한마디로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이 속상했다. 결국 나는 정보처리기능사 실기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못하고 필기 합격 면제기간인 2년을 그대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고, 나는 고등학교 졸업까지 의무검정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취득한 자격증 덕분에 대학 면접 때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대학에서 교양필수과목 중 하나인 엑셀 강의를 컴활 자격증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부모님께선 쓸데없다고 하셨지만 난 내 나름대로 취득한 자격증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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