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겠다고 다짐은 하였으나, 대학에 가기 위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검정고시를 치를 것이 아니라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우선 기본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생각해본 결과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1) 내신성적(석차 등수, 등급)
2) 출결(개근)
3) 그 외 생활기록부 내용
일단 2번의 경우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으면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오는 것이 바로 3년간 출결 내역이라고 하던데,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1페이지의 출결이 안 좋은 사람은 첫 페이지부터 박혀버린 '얘는 학교 제대로 안 다녔구먼.'이라는 인상을 뒤집기는 힘들 것이므로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개근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분명히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고 귀찮다는 핑계로 지각, 결석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므로 개근상을 받아서 그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1차적으로 내가 좋게 걸러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이미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총 9년 개근을 했던 경력이 있었던 상황이라 그냥 학교에 다니면 될 일이었다.
3번의 경우에는 동아리를 자원봉사부에 들어서 봉사시간 및 봉사상을 확보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외에는 자격증 취득이 생활기록부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졸업 전까지 몇 개라도 자격증을 취득해 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외의 생활기록부에 대해서는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볼 일이 사실상 거의 없으므로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역시나 중요한 것은 내신성적 즉, 공부였다. 다른 항목은 학교 잘 다니면 될 일이지만 성적은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잘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학기 초 선생님들께서는 중학교 때 성적은 나빴지만 우리 학교에서 내신 잘 받은 선배들의 예시를 설명하며 우리에게 공부하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덕분에 학기초 학생들의 의욕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첫 시험성적이 사실상 졸업할 때까지 큰 변동이 없었다. 자기들 딴에는 중학교 때 비슷한 애들 모아놨으니 여기서 자기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다들 생각은 하지만 중학교 때 안 하던 공부가 고등학교 온다고 될 리가 없지. 아무튼 중학교 졸업 성적이 비슷한 하위권 학생들이모여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경쟁을 해서 상위권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에 첫 시험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결과적으로 그 생각은 사실이었기에 내 나름대로 성적관리 전략을 세우기로 하였다. 어차피 나는 공부할 것이라 마음먹었기에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도 특성화고 전문학원은 제쳐놓고 인문계 학생들이 다니는 단과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었다. 그러므로 국영수, 일본어(우연의 일치였지만 나는 이미 중학생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했었다.)에 대해서는 평상시에 꾸준히 공부해서 시험기간에 굳이 공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였고, 시험기간에는 암기과목 위주로만 공부하였다. 이 전략이 상당히 유용했던 것이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 중학교 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라 국영수 제2외국어는 사실상 포기 수준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국어, 영어의 경우 도전해 보려는 학생들이라도 있었지만, 수학의 경우 분수의 덧셈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학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고, 일본어의 경우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를 배워야 하므로 그냥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므로 시험기간에 해당 과목에 대해 크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내신관리에 있어 남들과는 차별적인 강점으로 적용되었다. 덕분에 나는 내신관리에 있어서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다 보니 학기말에 과목별 1등에게 주어지던 '교과우수상'을 매년 여러 과목을 확보하여 생활기록부의 수상기록을 채울 수 있었다. 이렇게 3년간 관리한 생활기록부가 나중에 대학 진학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당연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