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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May 25. 2023

지금 내 모습을 견딜수 없어 시작한 새벽운동

경제기자 엄마의 돈 되는 잔소리⓾

너와 네 동생을 재우고 다시 노트북을 켰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저녁에 샐러드를 먹기 시작한 지 이틀째. 새벽운동도 시작했다.      


새벽운동. 내 39년 인생에 처음 하는 도전이다. 어린시절, 난 너 같이 아침 잠이 참 많은 아이였다. 엄마가 언니와 동생을 깨워 산에 올라갈 때도 난 굳건히 집에 혼자 남아 잠을 잤다.


 지금도 그래. 가끔 네 아빠의 배려로 너희를 돌보지 않아도 될 의무에서 벗어나는 특권이 주어지면 나는 주로 소파에 흡수돼 TV를 보다 책을 보다 결국 잠을 잔다. 그런 내가 새벽운동을 결심한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물론 너와 네 동생을 낳고 늘어진 뱃살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새벽운동과 식단조절을 결심한 이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지금의 내 모습을 더 이상 견딜수가 없어...'.      


삶을 살면서 그런 순간. 지금 있는 내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이 느껴지는 순간. 바로 이거다! 방향성을 딱 잡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지만 그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      


기자생활을 하면서 10년 넘는 시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기사가 아닌 글들을 써 왔는데 여전히 내 콘텐츠에 가닥을 잡지 못 했고, 조직 안에서도 내 삶 속에서도 제대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재계단체 연구원 원장님과 점심을 먹었다. 달변가에 강연에는 수시로 불려 다니고. 언론 인터뷰에도 종종 인용되는 원장님이었지.      


"원장 자리까지 올라가시는데 경쟁이 엄청 치열했겠어요?". 내 질문에 원장님은 선뜻 본인이 성장해 온 이야기를 해 주셨어.      


"원래 저는 엄청 내성적인 사람이에요. 혼자 커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잘 못 하고. 그런데 직장생활을 몇 년 정도 했을 때 그런 제 모습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겠다. 그래서 석박사 학위 없이 실무경력만 가지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곳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됐어요."     


알을 깨지 않고선 도무지 몸이 쑤셔서 견딜 수 없었던 시점.      



원장님은 강의를 하기로 결심했던 시점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렇게 강의를 시작한 원장님은 처음 6개월 동안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강의를 했다고 해. 그리고 그 이후부턴 차츰 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대.     


변화에 대한 갈증. 그 갈증이 쌓이고 쌓여 그 원장님도 그 시점에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겠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변화하지 않고선 도무지 견딜 수 없다고 느꼈던 지금의 내가 어쩌면 알을 깨고 나오려는 순간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눈엔 아주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변화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밤 11시. 내일도 새벽 운동하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아 이렇게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말이야 너희들은 잠을 자고 네 아빠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집은 아주 고요하고 적막해. 도무지 글을 쓰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시간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그만 잠을 자야겠어. 내 소소한 변화가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니 내일 새벽 운동을 꼭 해야 하거든.      


그럼 이만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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