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건네는 질문 5.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토요일이야. 요즘 스트레스 탓에 새벽마다 몇 번이고 잠에서 깬다. 지난 2월 육아휴직을 끝내고 법조팀으로 왔는데, 대통령 파면에 특검에. 온 나라가 뒤흔들리는 이슈에 파묻혀 허둥대다 보니 스트레스가 꽤나 많이 쌓인 듯해.
매주 토요일이면 너희 언니와 아빠는 스케이트를 챙겨 스케이트장에 가는데, 오늘 아침에도 둘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 척 가만히 누워 있었어. 죽은 듯 누워 있고 싶은 토요일 아침이었지.
그렇게 다시 잠에 들었는데, 그세 눈을 뜬 네가 또 나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일어나!" (자는 척)
"엄마, 일어나!" (여전히 자는 척)
"엄마, 일어나라고오!!!!" (울고싶도록 자는 척)
내 자는 척은 네 아빠에게는 통하는데 너한테는 절대 통하지 않아. 언제나.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너는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무엇이 되고 싶나요?』
하, 내가 정말 싫어하는 질문이야.
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들어야 했던 질문.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장래희망이 뭐야?"
마치 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무언의 답변을 강요하는 질문. 어느 순간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기자'라고 스스로 내 놨고 그 꿈을 이루긴 했지만, 그게 지금의 나를 행복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다. 그리고 그 의문에 아직도 완벽한 대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 기자 일을 시작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야.
그런데 책 첫 장을 읽고 알았어. 이 책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강요하는 책이 아니더라. 책의 첫 질문은 이거였거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생각해 보면 직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 난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전에,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부터 고민했어야 했는데.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데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하고,
진실을 파고들 때 희열을 느끼지만,
빠르지 않은 나만의 템포를 유지할 때 안정감을 찾는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그런 내 자신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는 거야. 경주마처럼 입시를 치르고, 무엇이 되길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일을 구해 그 일에서 안정을 찾기까지. 내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거든.
그래서 요즘은 조금 떨어져서 나와 내 일, 내 삶을 들여다보려는 연습을 하고 있어.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가 어떤 삶을 살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 오늘 내가 네게 읽어준 책에 나온 질문을, 나는 지금에서야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는 거야.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그 이전에,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뭐야?
그리고 그 답을 찾고서야 던져야 할 마지막 질문.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난 네가 이 질문의 순서를 잊지 않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