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딸이 아버지에게 남긴
마지막 숙제

너에게 건네는 질문 4.

by 오수

이번 취재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였어.


검찰개혁.


매일 기사로 다루지만 늘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시작을, '보통 사람의 수사 경험'에서 출발해보자.


그렇게 그 아버지를 만나게 된 거야.


한 아버지가 있었어.

그 아버지에게는 중학생 딸이 있었다. 4년 전, 딸이 친구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그에게 닥쳤지. 딸은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 친구의 양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친구 역시 같은 피해를 겪었어. 사건은 경찰에 접수됐지만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두 아이는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만약 수사가 조금만 더 빠르게 진행됐더라면, 딸은 아버지 곁에 남아 있지 않았을까.



질문4 이미지1.png 챗GPT 활용 이미지 BY 느린 걸음



그래서 아버지는,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기관과 청주시를 비판하며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어. 자신과 친구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게 한 것은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지.


취재를 위해 사건의 검찰 수사 기록을 들여다봤어.

양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저지른 범행이 너무 상세하게 적혀 있어, 차마 꼼꼼히 읽을 자신이 없을 만큼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

'세상이 이렇게 험한데, 내 아이들만큼은 이런 일이 닥치지 않아야 할 텐데' 하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도 들었다.


법조팀 기자로 일하다 보면 잔혹한 현실들을 참 많이 마주하게 돼. 온갖 끔찍한 범죄가 하수구처럼 몰려오고, 그 세상을 들여다볼 때마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끔찍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번 취재가 더 힘들게 다가왔던 건,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였어.

아이들은 어떤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텼을까. 그리고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얼마나 미어졌을까. 기록을 넘겨보며 그 아버지를 떠올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





이 사건은 세 차례의 영장이 검찰에 신청됐지만 모두 반려되며 사건 처리가 지연됐어.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날도 두 번째 영장이 반려된 날이었지. 만약 첫 번째 영장이 받아들여지고 제대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아이들은 어떤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영장이 세 번이나 반려되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됐을까 살펴보니, 2021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드러난 수사 책임 공백과 지연 문제가 이 사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국가가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지.

이것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해.


기사가 나간 뒤,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어.

기자님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얘기를 하더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마음이 무너졌다.


정작 본인은 4년 동안 딸의 죽음과 억울함을 수없이 되새기며 여전히 수사당국과 싸우고 있는데, 그 상처를 다시 들추는 취재에 응한 뒤에도 기자의 마음까지 걱정해주는 모습이 너무 아프고 고마웠어.


딸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을 묻는 그 아버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부모가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넘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용기와 끈기가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기사링크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924001170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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