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으로 불린 그녀는 왜 캄보디아에 갔을까?

너에게 건네는 질문 2.

by 오수


법정에 선 한 여자 이야기를 취재했어. '초선'이란 이름으로 불렸고, 31살의 젊은 여자였지.

초선은 삼국지에 나오는 이름이야.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으로 전해지는 가공 인물이지. 그 이름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 안에서 범죄 조직원의 가명으로 쓰였어.


그 조직에는 초선뿐만 아니라 삼국지의 여포, 제갈량, 그리고 위인전 속 인물인 신사임당, 유관순도 있었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조직 범죄에 가담하기 위해 넘어간 20~30대 젊은 청년들이었지.

실존과 허구가 섞인 가명 뒤에서 이들은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익명의 공간 속에서 지시받은 범행을 저질렀어.


초선은 그 조직에서 '로맨스팀 상담원'이었어. 다정한 목소리로, 마치 조건 만남이 가능한 것처럼 남자들에게 접근해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고 송금을 요구하는 역할. 결국 그녀는 그 죄로 법정에 서게 됐다.


내가 취재해서 기사로 낸 내용은, 어떻게 '초선' 같은 젊은 사람들이 캄보디아까지 흘러가게 됐는가였어. 이들 대부분이 제 발로 캄보디아로 넘어가 범죄 조직에 가담했는데, 무엇이 그들을 그 먼 곳까지 내몰았는지 궁금했던 거야.



질문2 이미지1.png 챗GPT 활용 이미지 BY 느린 걸음



거의 10년 만에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과 은사님께 전화를 걸었어. 교수님은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셨지. 그리고 설명해 주셨어.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취업에 좌절된 젊은이들이 비정상적인 일자리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그게 범죄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이야기였어.


"초선은 어릴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었어요. 그 뒤로 혼자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왔죠. 그러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캄보디아까지 간 거예요."

재판 방청석에 앉아 초선을 바라보던 초선의 지인은 재판이 끝난 뒤 이렇게 말해줬어.


기사를 쓰다가 네 얼굴이 떠올랐어.

올해 10살. 아직은 엄마, 아빠 품속에서 보호받으며 클 나이.

만약, 정말 만약에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생긴다면?

물론 너와 네 동생을 지켜줄 친척이 있을 거야. 그건 장담해.

그런데 만약 그런 안전망이 없다면?

네가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다면?

그럴 때, 너도 '초선' 처럼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너무 멀리 떠나야만 하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선택 뒤에 어떤 위험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야.



질문2 이미지2.png 챗GPT 활용 이미지 BY 느린 걸음


물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죗값이 불우한 성장 환경 때문에 사라진다고 보진 않아. 초선이 법정에 선 것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지.


그런데 한 사람을 범죄의 길까지 떠밀어버린 사회적 안전망의 빈자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가해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피해자인 그들에 대해서 말이야.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피고인석에 오른 젊은이들 각자의 삶에 분명 담겨 있을 테니까.


네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너의 선택에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겠지.

그리고 너의 삶이 어느 순간 흔들린다 해도,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리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가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


오늘도 너에게 조용히 묻는다.

너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그리고 우리가 그 세상을 어떻게 함께 만들 수 있을지.




*기사링크

https://m.newspim.com/news/view/202511210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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