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건네는 질문 1.
어젯밤 너는 고열에 시달렸어. 요즘 유행하는 A형 독감에 걸렸지. 해열제를 먹였는데 그대로 이불 위에 토하고 말았고, 너를 씻기고 이불을 빨고 다시 재우고. 그렇게 밤새 네 곁을 지키며 잠을 설쳤다.
"엄마도 나한테 감기 옮으면 어떡해?"
아픈 네가 무심히 건넨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대답했지.
"엄마는 괜찮아. 어른이니까."
대답하고 나서야 스스로 조금 대견했어. 사실 나도 걱정됐거든. 혹시 너한테 감기 옮으면 어떡하지, 아픈 건 정말 싫은데. 어른이라고 아파도 괜찮은 건 아니니까.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출근을 했다. 출근길부터 이미 지쳐 있었고, 마음속에는 묵은 질문 하나가 또 떠올랐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너를 키우면서,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살아가는 동안
이 질문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아마 너를 키우지 않았더라도 같은 질문으로 헤매고 있었을 거야.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려던 순간, 카톡 알림이 울렸다.
본인상을 알리는 부고 문자였다.
법조팀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처음 저녁 자리를 가졌던 취재원이자 검찰 출신 변호사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와 마주 앉았던 날.
그 뒤로 가끔 검찰 취재와 관련해 전화를 주고받기도 했고,
한 달 전쯤엔 오랜만에 점심을 먹기로 약속까지 잡았다. 그런데 약속 당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의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어딘가 마음 한편이 불안했는데, 오늘 그의 죽음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한거야.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사소한 일에 쉽게 화내고, 작은 상처에 오래 머물고, 바쁜 하루에 파묻혀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며 산다. 나도 그렇다.
점심 약속을 바람맞았다며 명동 거리를 혼자 걸으며 투덜거리던 그날, 그는 삶의 마지막 경계에서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또 떠올랐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질문은 스치듯 지나갈 뿐, 정작 깊이 고민할 틈조차 없이 오늘도 일에 파묻혀 하루가 흘러갔다.
퇴근 후 너를 데리러 가고, 집안일을 마치고, 너를 재우고 나서야 침대에 몸을 눕히는 그 순간. 겨우 찾아온 고요 속에서 삶을 생각할 힘도 없으니 머리를 비우고 잠드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다행히, 네 열이 내리고 할아버지와 하루 종일 잘 지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네가 큰 목소리로 퇴근한 나를 맞아줬을 때, 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꼈다.
내가 네 눈앞에 있음에,
네가 내 눈앞에 있음에.
가끔 생각한다.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그 질문을 네게도 건네고 싶다.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
고마워해야 할 것들에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은 것,
더 용기 내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한 것.
아마 그 무엇이든 후회는 피할 수 없겠지.
바쁘고 지친 하루 속에서도 내 삶이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묻는 일은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너도, 그리고 나 자신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