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공무원 밥상머리 서열
[김 사무관은 왜 그럴까⑧]
어떤 직장이건 조직생활에서 밥상머리 서열은 중요하다.
하물며 계급사회인 공무원은 어떠하겠는가.
한 공공기관 대변인실과 우리팀이 마주 앉아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출입처와의 밥상머리에서 내 자리를 따지자면
편집국장이 중앙에 앉으면 양 옆에 부장과 팀장이 앉는다.
내 자리는? 주문받는 종업원과 소통이 가장 용이한 문과 가장 가까운 끄트머리.
이런 밥상머리 서열은 마주 앉은 출입처 직원들 역시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다.
대변인이 중앙에 앉아있으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김 사무관(Young)이 안쪽에 앉았고, 문과 가장 가까운 맨 오른쪽에 40대 후반의 김 사무관(Old)이 앉았다.
김 사무관(Old)은 밥상머리 끄트머리 서열이 주로 담당하는 종업원과의 소통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저건 좀 아니지 않나'하고 생각하던 차,
김 대변인이 김 사무관(Young)의 어깨를 토닥이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김 사무관(Young)은 대학 다닐 때 군대도 가기 전에 행정고시를 패스했어요. 그리고 군대 갔다 와서 대학 졸업하고 이곳에 들어왔죠. 저야 뭐 끝물이고 이제 김 사무관(Young) 같은 사람이 앞으로 이 조직을 이끌어가겠죠."
'아...행시 출신.'
그제야 마주 앉은 밥상머리 서열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사진=pixabay]
점심식사 전 김 사무관(Old)은 청사 앞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식당까지 안내해줬다.
오는 길, 다수의 김 사무관(Old) 동료들이 김 사무관의 승진을 축하했다.
"아, 승진하셨어요?"
쑥스러운 듯 김 사무관(Old)은 "네, 이번에 승진시험 보고 사무관이 됐어요."하고 말했다.
"와, 축하드려요."
김 사무관(Old)은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해 40대 후반까지 하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이제 막 5급 공무원이 된 상황이었고,
김 사무관(Young)은 행시를 뚫고 5급으로 바로 들어왔으니 이 둘은 소위 말하는 '출신 성분'이 다른 것이다.
'아 공무원들 서열이란 게 참 무섭구나'
불현듯 평생 경찰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외삼촌이 술잔을 기울이며 서글프게 얘기했던 말이 떠올랐다.
외삼촌은 경찰 공무원이 돼서도 계속 공부해 승진을 해 왔고, 이제는 팀장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난 큰 거 바라지 않아. 나보다 경험도 없고 젊은 놈들이 내 위로 올라오는데 난 그냥 내 자리를 찾고 싶은 거야."
그 땐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보다 한 살 어린 경찰대 출신 지인이 지방 형사과 팀장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외삼촌 모습이 떠올랐다.
'아, 저 사람이 내 외삼촌 위로 갈 수도 있겠구나.'
[사진=pixabay]
행시라인
경찰대 라인
육사 라인
청와대 라인
공직세계에서 판치는 라인들.
라인 없는 다수 공무원들이 살기도 녹록치 않겠구나.
그래도 김 사무관(Old)님, 라인 없이 거기까지 올라간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요.
승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