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사이 콧물을 몇번이나 들이 마시는지 모르겠다. 몸은 비실비실. 1cm도 채 되지 않는 수면의 깊이. 맘편히 잘 수 없는 수면 환경. 잠에서 깨어나면 자석에 끌려가듯 출근하는 직장.
사랑하는 135일 된 나의 아들과, 그보다 더 사랑하는 결혼 8주년을 앞둔 나의 아내.
이게 나의 현실이다.
아빠가 된지 5개월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5개월을 되돌아보면, 나에게 '쉼' 이라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감기몸살이 이제서야 찾아온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스스로를 쥐어짜며 살고 있다.
티를 내고 싶지 않지만, 티 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속에 살고있는 나에게 아내는 늘 말한다.
허니, 좀 쉬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니까. 나는 이게 쉼이자 즐거움이자, 이게 나의 인생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양팔에 힘을 잔뜩 주고 자신있게 7.5kg이 넘는 우리 아들을 들어올리며 우쭈쭈쭈쭈 소리를 내곤한다.
사실이다. 단 0.1의 꾸밈도 없는 나의 진심.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나는 5분만에 옷을 갈아입고 얼굴, 손발을 깨끗하게 씻은 뒤 아기를 받는다. 그리고 아기가 잠들기 전까지 반경 2m이상을 떨어져 있지 않는다. 이게 나의 일과이자 일상이다.
오늘도 건강해줘서 고마워. 아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머릿속의 잡 생각들을 모두 떠나가게 만드는 아이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
내가 육아 바통을 건내 받는 순간, 아내는 아주 짧게나마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루종일 아기에 매달려 있는 아내가 유일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아내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스스로를 '존재의 의미가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준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몸을 씻고 아기를 안았다. 품에 안긴 아기가 베시시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허니. 종일 아기 보느라 고생했어요. 잠깐이라도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
아내는 아기가 내 품에 안정적으로 도킹한 것을 확인하고, 내 옆에서 오늘 하루 아기와 있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 참새처럼 이야기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내에게 휴식을 권한다. 아내는 아기를 돌보느라 한껏 움추러들었던 몸을 활짝 펴는 기지개를 보이며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방에서는 청소기 소리가 들린다. '투닥투닥' 이것저것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본인이 지금 하지 않으면, 내가 또 쾡한 눈으로 "응응 내가 할게요." 라고 말하며 비틀비틀 거리면서 집안일을 할꺼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 속에서 잠시나마 아내를 꺼내어 놓으려 하고, 아내는 또 본인만의 방식으로 나를 지켜주려고 한다.
나는 아프면 안된다.
내가 아플 때 아내가 어떻게 나를 돌보는지 지난 8년동안 봐 왔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아프면 안된다. 내가 아프면, 아기를 돌보기에도 숨막히는 아내가 내 몫으로 남겨진 집안일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를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프면 안된다. 아내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않다.
아픈 남편을 예전처럼 돌보지 못한다는 걸 아내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내는 그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해질테니. 그래서 나는 아프면 안되고, 오늘, 지금 나의 이 몹쓸 컨디션이 바닥이길 바란다. 바닥을 치고 내일부터 다시 올라가야지.
다 적고보니
기껏 감기몸살 걸려넣고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다. 아빠여. 글 적을 시간 있으면 잠을 더 자거라. 궁상떨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