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화가 나면 왜 가슴을 때려?

그걸 왜 몰라서 묻는거니...?

by 집사가 되고싶다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아니 솔직히 아주 자주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고릴라가 된다.


우오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가슴을 쿵쾅쿵쾅 두드린다.

내 가슴을 너무 쎄게 쳐서 아플 때도 있다.


쿵쾅. 쿵쾅.


이 행동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며칠 전 아이들이 고릴라 흉내를 내며 장난치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우끼끼끼 우오오아아 나는 아빠 고릴라다!!" 라고 하면서

고릴라처럼 걷고 가슴을 치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더니

아이들이 배꼽을 잡고 마루를 뒹굴뒹굴 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너무 좋았다.


고릴라는 화가 났을 때 상대에게 경고하기 위해 가슴을 치는 행동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아빠는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났을 때

진짜 고릴라들처럼 가슴을 쿵쾅쿵쾅할거야.

아빠가 고릴라로 변하면 화가 났다는 뜻이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응~ 그러시든가~" 같은 느낌의 끄덕임이긴했다)


물론 내가 화가 난다고 해서 항상 고릴라 흉내를 내는 건 아니다.


잠깐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훈육이 필요한 진지한 상황에서 남편이 갑자기

"아빠는 고릴라다!! 우오오!! 쿵쾅쿵쾅!!" 거리고 있으면

아마 아내는 킹콩이나 고질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눈치껏. 상황껏. 선택적 고릴라가 된다.

아빠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신호등 같은 그런 기능.


이게 내 나름의 육아 방식이다.


그런데 가끔 의문이 든다.

이렇게 했을 때 나의 감정이 억눌러지거나

마음 속의 화가 가라앉는 걸까?

아니면 순간 일시적인 감정 분출은 멈추지만

그 찌꺼기는 내면에 여전히 남아있는 걸까?


화를 내지 않고 고릴라 흉내를 낸다는 게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주지만

나에게는 어떨까?

훈육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육아는 참 어렵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다.


잘하고 있는 걸까.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답은 모르겠다.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아빠가 노력한다는 걸?

이것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고릴라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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