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한 번쯤
얼핏 보기엔 한국 어느 동네의 흔한 골목길 같다.
하지만 이곳은 어느 날 자정 무렵에 바라본 잉글랜드의 한 작은 마을의 골목길.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둔
그들만의 목적지 라는 게 있지 않을까.
지친 일상의 휴식을 위해서든
언제나 멋진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이든
여행 중 잠깐 스쳐갔던 여운이 남는 곳이든.
나에게는 저 골목이 그렇다.
흔히 영국, 잉글랜드 하면 떠오를법한 고풍스럽고 지극히 서양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 일반적이고 밋밋해보이는 골목이 나에게는,
내게는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예고없이 찾아오는 일상과의 권태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그만큼 많은 추억이 있었고 많은 고민을 했던 곳.
눈을 감고 수십 번 수백 번도 더 갔던 곳이다.
늘. 언젠가 아내와 아이와 함께 손잡고 꺄르르 웃으며 저 골목을 걷는 상상을 했고 그 잠깐 동안의 상상이 나의 현실 에너지를 급속 충전해주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
2년 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
고맙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 골목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그리고 상상하고 마음으로 걸었던 그 모습 그대로.
하지만, 나는 변해있었다.
이제 더 이상 저곳에 대한 집착(?)이 생기지 않았냐고?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이다.
욕구가 더 강해졌다.
조금 더 걷고싶고,
조금 더 둘러보고싶고,
가능하다면
그냥 그대로 그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보다 몇 곱절은 더 큰 벽이 나타났다.
현실이라는 큰 벽.
물론 그 벽은 처음부터 그곳에 높고 두텁게 세워져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 않았고 외면하려 했었다. 그랬던 그 벽이 2년이 지난 지금은 더 크고 단단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벽에 선명하게 적혀있는 문장.
왜 이곳이 그렇게 그리웠을까.
왜 이곳이 내 마음속의 목적지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내가 이곳에 와야 하는가.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 벽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무너져내리겠노라 말한다.
그런데 2년전 그 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대답은 전혀 명쾌하지 않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
그냥 내 마음이 이곳을 그리워한다.
그게 내 마음이다.
그렇게 또 그곳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현실로 돌아왔는데,
오늘 아침 출근 길, 문득 그 골목에 다시 가본다.
그리고 추억한다. 우리가 함께 거닐었던 영국의 작은 골목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