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서울을 떠나 타운하우스로_6
이번 이야기는 타운하우스에 살지 않더라도 경험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내용이다.
음식물 쓰레기. (어후 시러시러)
음식물 쓰레기로 말할 것 같으면.. 여름엔 냄새나고 날파리 꼬여서 문제..겨울엔 버리러 나갈 때 추워서 문제요, 봄/가을에는.. 음..싫어!! 그냥 싫다고!!
타운하우스라는 게,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이도저도 아닌 카테고리에 속해있다. 아파트도 아니면서 빌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택도 아닌..정체성이 불분명한 주거 시설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 살 때는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꽤 많다. 예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 중 큰 골칫거리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는데,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아직 모든 세대가 입주한 상태가 아니라서 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단지 한 곳에 임시로 모아두었다가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곳이 지대가 높다보니 (약 300m 정도 되는듯) 고양이도 아닌 자그마치 까마귀 녀석들이 음식물 쓰레기 테러를 자주 일으킨다.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까마귀의 단단한 부리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찢는 광경..으...읔...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나 포함 입주민들의 불편함이 쌓이기 시작했고, 시공사측에 대화를 신청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보여지시나요?
천만 다행히도 우리 시공사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악덕 건축업자들이 아니었다. (이건 진짜진짜 행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입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꽤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정말이었다. 레알이었다.
불편사항을 접한 시공사측에서 입주민들이 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역 문의를 해왔고, 몇 차례 입주자 회의 끝에 우리의 결정은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라인업 중 최상급의 음식물 처리기를 전 세대에 제공해달라는 것. 두둥.
우리 기준에서 최상급이라하면, 단순 가격이 높은 브랜드가 아니라, 입주자들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제품임을 고려했을 때, 사용방법 / 음식물 처리 / 유지보수(?) / AS 등의 과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우선,
이건 0.00001%의 광고성 글이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나 모델명이 적힌 부분은 꼼꼼히 모자이크 처리를..
박스를 뜯어 고양이를 제거하고 (?) 메뉴얼에 적힌 대로 하나씩 해보려고 했으나, 딱히 뭐가 없었다.
그냥 스티커 떼고, 뒷통수 열어서 필터 스티커 또 떼어내고, 필터에 모자처럼 생긴 캡 하나씩 씌워주면 셋팅 완료.
상단에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에 음식물 쓰레기 바구니가 들어있었다.
평소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버리던 축축킁킁 녀석들을 저 바구니에 넣으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게 끝이다 -_-
정말 이게 끝이라고??
놀람 반, 의심 반으로 바나나 하나를 바로 먹어치운 뒤 껍질을 저 바구니 안에 넣고 뚜껑을 잠그자 이녀석이 위위위위윙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하더라)
"위이이이이잉. 또 위이이이이잉." 소리는 생각보다 조금 컸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몰라 중간중간 몇 번을 열어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약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직 건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내가 버린 바나나 껍질이 저렇게 한 줌의 부스러기가 되었다.
세상에. 이건 혁신이야!
이 좋은 걸 왜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을까..테스트 해본 순간 단언컨대 분명히 이 녀석 덕분에 우리 부부 삶의 퀄리티는 1% 정도 더 좋아질꺼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처럼 먹고 평소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모은 뒤, 평소와 다르게 외부 음쓰통이 아닌 싱크에 옆에 밥통처럼 놓인 이 음식물처리기에 넣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게 될꺼라곤 1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시공사님 이츠 뉴 월드..ㅠㅅㅠ)
그런데,
이런 음식물처리기 사용기 따위를 왜 타운하우스 생활기에 적었냐고 물으신다면..
쨘.
사진에 담긴 가루들이 우리 부부가 2~3끼 정도 (이새끼 아니고) 먹고 배출한 음쓰가 처리기를 거친 결과물이다. 생긴것만 봐도 이건 딱 퇴비각..
그래서 산책 나가듯 한 손에 통을 덜렁덜렁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새로 분갈이한 라벤더와 페튜니아 화분에 섭섭치 않게 뿌려드리고, 그 외 메리골드와 이름 모를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줬더니 한 통이 금방 비워졌다.
정리하자면,
이제 우리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그 취미는 친환경적이고, 그 취미는 즐겁고, 그 취미는 아주 재미있다.
언젠가 우리의 좁은 잔디 테라스가 퇴비로 가득 찰 날이 올 때까지
아내님, 우리 부지런히 먹고 부지런히 키우고 부지런히 뿌려봅시다!
* 오늘의 교훈: 모든 시공사가 악덕은 아니다. 우리 시공사님 만만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