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 이야기

구약성경 - 창세기 - 야곱

by 희지

창세기 32장 23절에서 33절까지를 보면, 하느님과 씨름하는 야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곱의 이야기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에사우의 장자권을 가로채서 아브라함의 축복을 받는 야곱 말입니다.


에사우는 배가 고팠던지, 그만 불콩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고 맙니다.

분명 장자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 에사우인데 야곱이 좀 얄미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에사우는 아브라함 곁에서 편안하게 살았던 반면

야곱은 뭐 하나 쉽게 얻는 게 없습니다.

라반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을 하죠.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14년, 그리고도 한동안.


라반을 떠난 야곱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장면에서는 하느님과 씨름까지 합니다.

그런데요.. 저는 야곱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한결같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결같이 하느님의 축복을 갈구하는 야곱.

이미 축복을 받았고, 하느님을 믿고 있음에도, 또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드리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지치도록 하느님께 매달리며, 결국 하느님과 겨루어 이겨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까지 얻습니다.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난 기도도 열심히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라고 생각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야곱은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절대 교만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자꾸 축복을 청합니다.


램브란트.jpg 렘브란트 (Rembrandt, 1606–1669), Jacob Wrestling with the Angel, 1659


이 그림은 램브란트의 그림입니다.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는 그림은 많은 화가들이 그렸는데

제 눈에는 이 그림이 들어왔어요.

씨름이라고는 하지만 씨름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야곱을 지긋이 바라보는 천사는 야곱을 이기려는 마음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 야곱의 목 뒤를 포근하게 받치고 있는 천사의 오른손과 허리를 잡은 왼손 그 어디에도 움켜쥠 같은 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잃고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천사의 눈빛이 참 무념무상합니다. 축복을 청하는 야곱에게 '그리 고단하게 살 것 없다.' 하고 안아주는 것 같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