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지 Jan 11. 2022

2022 1월 11일 매일묵상

어린 사무엘도 주님 앞에서 자라났다. (1사무 2,21)

오늘 1독서의 말씀은 어린 사무엘에 관한 말씀이에요. 

한나에게는 아이가 없었어요. 남편인 엘카나의 사랑은 듬뿍 받고는 있지만 주님께서 그의 태를 닫아 놓으셨기 때문에 한나는 아이를 갖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엘카나의 또다른 아내 프닌나는 주님께서 한나의 태를 닫아놓으신 것을 믿고 한나를 괴롭히기까지 하고요. 지금 생각해도 무척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큰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한나는 자기의 태를 닫아놓으신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원망 대신, 하느님께 자기의 괴로움을 솔직히 내어놓고 아이를 허락해 달라고 엎드려 청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도합니다. 


그리고는 해피엔딩이죠. 하느님은 한나를 기억해주셨습니다. 때가 되어 한나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고,

"내가 주님께 청을 드려 얻었다" 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 하였습니다. (1사무 1,20)


이 아이가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은 내일의 독서말씀에 나오는데요, 저는 작년 성경통독을 할 때, 이 사무엘의 어린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한나는 이렇게 귀하게 얻은 아들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느님께 바칩니다. 그것도 젖을 뗄 때까지만 기다려서요. 하느님과의 약속이라면서..


저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일이었는데, 그렇게 한나는 사무엘을 하느님께 바치죠. 그런데 어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어린 사무엘은 주님과 사람들에게 총애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1사무 2,26)


'무럭무럭 자라났다.'


저는 이 말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 '무럭무럭'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씩씩함과 건강함, 사랑스러움과 반듯함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엄마도 없이 사제 엘리와 함께 지내는 사무엘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가도, 하느님의 총애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어린 사무엘이 성경을 읽는 내내 참 오래 마음 속에 남았습니다. 


저는 첫째 아이의 신앙교육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공부가 우선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첫영성체가 끝나고 초등학교 주일학교를 졸업하면서 성당을 졸업하게 했지요. 은연중에 중요한 것은 지금 성당이 아닌 공부라고 주입시켰던 것 같아요..


그런데 둘째 아이때는 좀 달랐습니다. 유난히 약하고 작고 병치레도 많았던 우리 둘째를 키우면서, 하느님께 많이 기대게 되었거든요. 첫영성체를 시작으로 아이는 하느님과 많이 친해지면서, 하느님을 늘 가까이 느끼는 아이는, 아직도 작고 약하긴 하지만 마음만은 넓고 큰 아이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하느님의 사랑임을, 하느님의 보호임을 저는 요즘 정말 많이 느끼게 된 이유에요.. 첫째에게 그것을 알려주지 못해서 참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제게 필요한 것은, 후회와 한숨대신 

한나의 기도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간절한 기도겠지요.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며 

저도 기도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주님, 저를 기억하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