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말미암아 일상을 그린다.
타박타박 걷다가도 파도에 휩싸인다.
어제, 오늘 아침, 10분 전, 오늘 밤.
쉬운 언어로 이해 못 할 문맥을 이룬다.
얼기설긴 순간은 소음이 가득하다.
모든 것이 멈추고 세상이 정지한다.
모든 걸 비워낼 때, 평온은 찾아온다.
평화로 말미암아 일상을 그린다.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취미를 갖는다는 건 축복과도 같다. 일이나 인간관계, 온전한 휴식에서도 얻지 못하는 무언가를 취미를 즐김으로써 취할 수 있다. 산출물인 ‘무언가’는 개개인마다 상이하다. 누군가에겐 흥분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개운함일 수 있다. 일상을 재충전하고 보다 생기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필수적인 장치다. 높은 중요성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은 취미를 찾기란 어려움이 많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 사진이란 취미가 있었다.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촬영을 즐겼다. 작은 뷰 파인더에 시야를 좁히고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한다. 셔터를 누르기까지 지배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이 세상에 카메라, 피사체와 나만이 존재한다.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평화’는 곧 삶을 지탱하는 가치가 됐다. 친지 하나 없는 먼 타지에서 생활하며 한 기업의 토대를 세우는 건 어렸던 내게 벅찬 일이었다. 하물며 비전공 디자이너의 삶을 이룩하기 위해서도 많은 요소가 필요했다. 온갖 사고로 뒤엉킨 머리는 사진으로 해소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전해지는 평화로움은 안온한 쉼표가 됐다. 코로나 이후, 외출이 최소화가 된 이후로는 많은 생활이 변했다. 출사는 제한되고 카메라는 먼지가 쌓이게 됐다.
삶의 환기가 가장 필요한 상태지만 눈앞의 현실에 집중할 시기다. 취미가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에도 우선순위에 설정할 순 없다. 3D 디자인이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는 과정에 여유는 많지 않다. 복잡해진 머리를 식혀야 할 때는 운동으로 대체했다. 체력적으로 지속성을 위해 시작했지만 정신적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생활의 한 부분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조금씩 시간을 쪼개가며 글을 쓰는 것도 사진을 대체하는 의미가 크다. 나도 이해 못 할 생각들을 글로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도 사고는 얽히지만 많은 도움이 된다. 후일에 직장인으로서, 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설 예정이다. 사진을 이어갈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일 수도 있지만, 평화를 추구하는 건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정말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취미를 갖는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평화로 말미암아 일상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