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이름만 아는 수준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이라 좋았다.
4개 플랫폼 기업의 성공 비결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파헤친다.
그들이 Top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충분히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분명 존경할 만한 기업들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작은 눈덩이에서 시작했으니까. 시작은 초라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상대하지 못할 거대 기업으로 우뚝 자리 잡았다.
재능도 있고, 운도 따랐다. 전략과 콘셉트를 잘 잡았고 잘 포장했다.
그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성공했는지 한 챕터씩 재미있고 빠르게 읽어나간다.
'제국'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4개의 플랫폼 기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요한 패들이 있다.
최소한의 인력, 로봇, 자본력, 소프트웨어, 음성장치, 빅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점점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4개의 빅 테크 기업이 가진 이 패들을 어떻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지에 따라 그들이 손에 쥐게 될 파이의 양은 달라진다. 서로 다른 듯 비슷하게 겹치는 정보들을 각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할까.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으며 좋은 이미지로 잘 포장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아마존의 이야기가 가장 놀라웠다.
책을 파는 서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우리가 갖고 싶은 거의 모든 물건을 파는 기업이 되어있다. 지금도 소비자가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물건을, 알아서 척척, 빠른 시간에 제공해주려는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물품을, 더 빠르게 배송, 음성인식 '알렉사'를 통한 제로 클릭 쇼핑, 아마존 고(Amazon Go)를 통해 결제도 자동으로,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이력을 기억했다가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서비스까지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개선한다.
소비자들은 편리함과 간편함에 점점 길들여지고 익숙해져 간다. 문 밖을 나가지 않고도, 24시간 아무 때나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 내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아마존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무섭다.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좋은 일이지만, 사회측면으로 보면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류창고에 로봇 도입, 인공지능에 투자, 고객의 구매이력을 통해 취향과 선호도, 소비행동을 빅데이터화, 드론과 첨단장비를 통한 빠른 배송까지 하나씩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그 견고함은 슈퍼마켓과 전통 소매점, 크고 작은 경쟁업체들이 절대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되어있다.
매장 직원, 창고 직원, 계산원은 사라지고 기계와 첨단장비,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 세계로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자리가 파괴되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소매점과 경쟁기업들에서 실업자는 늘지만 로봇과 기계장치가 주류인 아마존에서 그만큼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늘어난 실업자를 새로 문을 여는 매장에서 받아주지 못한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플랫폼 기업은 모두 같은 상황이다.
직접 물건을 생산하거나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비즈니스가 가능한 그들이 긁어모으는 많은 부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몫이다. 소수의 주머니로만 들어간다.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 과연 '사회'에도 언제나 좋을까? (p9)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 소수의 주머니만 거대해진다. 이게 맞는 방향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소비자나 사회 환원에는 관심이 없다. 합법적인 사업을 한다는 전제라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지만, 도의적인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좋은 아이디어를 행동에 옮기고 큰돈을 벌면 그것으로 끝인가?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야 그들의 수도꼭지가 멈추지 않을 텐데, 소비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면 소비는 줄어들 테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페이스북을 싫어하는 교수"
저자 스콧 갤러웨이를 소개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모양이다.
유튜브에 검색된 저자의 강연을 몇 개 봤는데 숨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수의 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문을 닫아보기까지 한 저자의 눈에는 빅 테크 기업의 아이디어와 어마 무시한 손익구조가 고스란히 보이나 보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보까지 예측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경험에서 우러난 통찰은 당해낼 재간이 없겠다 싶었다. 빅 테크 기업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서 적잖이 배가 아프기도 한 모양이라고 혼자 상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