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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 vs. 우장창창 사건에 대한 비법적 소견

아쉬움이 남는 리쌍

리쌍 - 우장창창 사건에 대해 많은 기사가 나왔다.

댓글은 의외로 리쌍의 편.

우장창창의 주인에게 '영세상인' 인 척 하지마라 는 것으로 댓글중론이 모이는 듯 하다.

댓글이야 항상 까는 쪽으로 중론이 모이는데, 리쌍도 까고 싶고 우장창창 주인도 까고 싶다가 우장창창으로 좀 기운 느낌(?)이다. '1억 8천이나 받았다며.. 더 어려운 상황의 임차인도 많은데'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맞는 말이긴 하다.


우장창창 곱창. 맛있다. 지난번에 가보니 입구가 와장창창 ㅠ (출처: 망고플레이트)


법조항적용이나 판결은 타당하고

안 줘도 되는 부분에 대해 보상금까지 준 리쌍은 분명 일반적인 임대인보다 낫다.

법적으로 리쌍은 아무 잘못도 없고 되려 호의로 뭔가를 해 준 사람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존중한다.

그래도 난 여전히 리쌍에 아쉬움이 남는다.


리쌍은 사회비판이나 풍자를 하는 힙합 뮤지션인데, 부조리를 비판하던 이들이 잘못된 법체계에 기대어 재산권을 지킨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사회에 억울함이 덜 남고 분쟁을 줄이는 방법은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택임대차 보호법도 같이.

바뀌어야 할 부분은 적용범위의 확대, 그리고 갱신기간 연장이다.


고액임차인은 영세상인이 아니니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고액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은 더 비싼 건물이고, 임대인은 그만큼 더 여유로운 사람이다.

영세하든 부유하든 임대인보다 경제적으로 힘이 센 임차인은 없다.

물론 일정 수준의 돈이 있거나 수익이 난 상인은 협상력이 생기니까 협상을 통해 임대인과 장기계약을 하면 될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건 한국의 현실과는 멀다. 임대인이 조건을 정하는 관행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처럼 개별계약과 협상에 능하지 않다.


환산보증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상가 임차인이 보증금에 월세를 환산해서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오는 상가를 임차했다 치자. 시작할 때 대다수의 상가 임차인은 보증금과 일부 여유자금을 가지고 시작한다. 월세는 그때그때 벌어서 낸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임차인을 과하게 보호해주는 이유는 계약 당시 혹은 갱신과정 등에서 협상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계약당시 보증금 외에는 돈이 없는 당사자에게서 굳이 월세를 환산해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기준을 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장사가 잘 되면 그제서야 협상력이 생기는데 이미 임대인의 약관에 가깝게 계약을 체결한 후이기 때문이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균형은 각자의 재산이나 장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임대인에 기울어진다.

임대인은 빌려준 것 뿐이다. 계약자 변경시 중개사 수수료 정도만 부담하면 되고, 계약기간 이후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거나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잃는 정도다. 임차인은 다 잃는다. 상가는 인테리어를 하고 홍보를 하고 많은 경우 권리금도 내고 들어간다. 그러다 계약이 만료되고 갱신이 안 되어서 나가면 다 잃는 것이다. 계약전에도 딱히 대등한 당사자로 보이지 않지만 계약후에는 철저한 약자가 된다. 계약 자유에만 맡기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억울하면 부동산을 매수해서 장사하면 된다만, 젊은 세대가 더 많은 활동을 하게 하기에 적절한 방식은 아니다. 일명 창조경제에 이바지하려면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에 조금 더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남의 돈을 받고 돈문제를 다투는 소송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때로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 부동산 재산은 많은 부분 여유재산이고, 임차인이 투입한 재산은 생존권에 직결되기에 제한에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악질적인 임차인도 많다. 월세를 안 낸다든지 불법변경을 한다든지 잘못을 해놓고 퇴거를 안 한다든지.. 그러나 이 부분은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갱신요구 가능한 기간을 늘리는 것과 무관하다. 보호법 개정후에도 언제든 해지 가능한 경우를 예를 들어 보호법 개정을 막을 수는 없다.


식당 등을 하는 자영업자를 우리는 '사장님' 이라 부른다. 하지만 현재 법체제 하에 존칭을 붙여야 할 사장님은 오직 '건물주님' 밖에 없다. 장사를 잘해서 그 곳의 가치를 올리고 수익을 많이 내면 2년 뒤 올린 수익만큼 월세를 증액해도 저항할 수 없다. 저항하면 새로운 임차인이 그 장소의 프리미엄을 받고 더 높은 월세로 들어오게 될 뿐이니까.


부동산은 사람들에게 안정을 주고 사회를 활성화시켜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분쟁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불균형하고 계약종료시 분쟁발생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어찌보면 리쌍 덕분에 다시 한 번 법이 개정돼서 그걸 '리쌍법' 으로 불러주길 바라서 이러는게 아닌가 싶다. '법이 잘못되었고 나도 그 상태에서 매수해서 억울한 면이 있지만, 당신이 더 억울할 수 있으니 1년간 더 쓰세요' 라고 했다면 좀 더 멋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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