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화의 리더십 이야] 말과 행동을 계획하라 - ① 글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용대현 서울대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양이를 부탁해' 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셀프가스라이팅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번 아웃됐어.' '난 루저야.' '아 피곤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라는 간단한 텍스트가 프레임으로 적용되서 나에게 영향을 준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런 말들을 툭툭 던지면서 나의 뇌는 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실제 그렇게 되어 버린다는 의미이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무심코 내뱉는 말, 별생각 없이 적는 글. 그런데 그 말과 글이 나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준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주장을 꽤 심각하게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말과 글을 계획적으로 하지도, 하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을 운영할 때는 규칙으로 이것을 정해놓고 있기도 하죠.
심리학에서도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말과 글이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실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해 주는 이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 '자기실현적 예언' '자기지각 이론' 등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피그말리온 효과입니다. "나는 잘할 수 있어", "내 가능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런 기대와 믿음은 단지 기분 좋은 자기암시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기대가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결과를 바꾸며, 결국 그 믿음이 현실이 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기대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도 있습니다. "나는 항상 일이 잘 안 풀려" 이 말을 자주 하면 뇌는 그 말이 맞다는 증거를 찾고, 결국 실제 행동도 소극적으로 변해 결과도 그 예언을 닮아갑니다. 말 그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현상입니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예언처럼 스며듭니다. 유재석과 이적의 노래인 '말하는대로' 의 가사가 아마 자기실현적 예언을 잘 보여주는 유재석의 히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겠죠.
문제는 부정적인 자기암시입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 같은 사람이 뭘 하겠어" 이런 말을 반복하면 스스로를 가둬두는 틀을 만들게 됩니다.
그 틀 안에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고, 결국 진짜로 '그런 사람'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말은 단지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걸 넘어서
내 정체성과 태도를 왜곡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나에게 영향을 줄 뿐이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론은 자기지각 이론(Self-Perception Theory)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해석합니다.
"나는 자주 격려하는 말을 하네?" → "나는 따뜻한 사람이구나." "나는 요즘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네?" → "나는 좀 냉소적인가?" 이처럼 우리가 하는 말과 글이 곧 나 자신을 해석하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나는 솔직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폭언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기도 하죠.
내가 매일 무심코 하는 말, 반복적으로 쓰는 글, 그게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가끔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말로 나를 만들고 있는가?”
“지금 나의 언어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닮았는가?”
"나는 어떤 말과 글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가? 일하고 있는가?"
말은 씨가 된다고들 합니다. 그 씨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우리가 매일 하는 말과 글이 말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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