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활동에 있어 갱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참 독특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관점은 꽤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만나는 수많은 리더분들이 갱년기에 해당하는 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갱년기는 신체, 정서, 업무, 관계 전반에 다층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신체·정서적 측면
불면, 안면홍조, 피로, 관절통 등 신체 증상과 함께 감정 기복, 우울감, 자기 비난 등이 동반됩니다. 한 중간관리자는 "회의 하나만 있어도 긴장으로 밤잠을 설치고,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고 했고, 또 다른 리더는 "작은 말에도 감정이 올라오는 나를 보며 낯설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말하더라고요.
- 업무적 측면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문제로 인해 리더십, 기획, 의사결정 업무에서 위축을 경험합니다. “팀원 앞에서 브리핑하다가 말문이 막힌 순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단어와 과거 경험들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 내가 리더로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경험도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많아요. 새하얀 도화지처럼 말이죠"
- 조직 내 관계 측면
감정 표현이 예민해 보일 수 있어 오해가 생기고, 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자기 방어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문제의 원인을 동료에게 돌리는 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거리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 긍정적 측면
그런데 반대로 이 시기를 잘 통과한 분들은 공감력과 경청의 깊이가 더해졌다는 피드백도 있습니다. 갱년기를 계기로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며, "이때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거나,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기회로 삼았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저도 아직은 갱년기로 접어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감정적인 표현이 쉬워졌고, 눈물도 많아 졌지만, 아직까지는 내 몸의 변화를 스스로 조절가능한 시기거든요. 하지만 갱년기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이미 경험으로 증명하고 있는 선배들을 통해 배우고 있죠.
저는 이 시기를 "내가 달라졌구나"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춘기의 자녀가 변화하듯이 갱년기가 되었을 때 변화한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 생활 리듬 조정
수면, 식사, 운동 루틴을 꾸준히 관리하고, 피로하거나 감정이 예민해질 땐 잠시 자리를 비우는 등 조절 루틴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전처럼 내 체력과 정신력을 과신하지 말고, 더 중요한 일에 사용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인거죠.
- 가족과의 소통
나의 변화를 혼자 감당하기보단,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요즘 좀 힘들다"고 털어놓고, 갱년기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춘기의 자녀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에 들어왔음을 서로가 인정하고, 그 변화를 긍정적인 관점으로 이끄는 것처럼 말이죠.
- 조직에서의 역할 재정의
후배에게 위임하거나 팀 안에서 협업 구조를 조정하면서 예전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하게 되었고, 오히려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늘려야 합니다. 내가 직접하는 것이 더 쉬울 수는 있지만, 내 에너지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행동의 속도 또한 그렇죠. 이걸 인정하고 내가 직접하는 시간을 줄이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멘토와 코치가 되어주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직책을 가진 리더'가 될 수는 없지만 동료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임팩트 리더'가 될 수는 있으니까요.
- 다음 커리어 목표 수립
현실적으로 '이후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이에 따라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기 위한 학습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커리어를 설계하기 위해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이미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 커리어를 전문적으로 함께 고민해주는 코치를 만날 필요도 있죠. 이 과정에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어떻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추가로 내가 더 학습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갱년기, 아직은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주변 분들을 통해 경험한 부분은 '낯설고, 불편하고 모호한 시기' 라는 것입니다. 내가 나 같지 않은 시기이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더 앞서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시기를 겪으며 '지금의 나'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우고, 다음을 준비하는 임팩트 리더로 바뀌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숙해지는 시간으로 말이죠. 문득 떠오른 모습은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이네요. 젊은 동료에게 배우려고 물어보고,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보다 동료들이 먼저 찾아올 수 있도록 돕는 선배의 모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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