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대화 그리고 경험
아무리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설명하는 사람은 이미 많은 고민과 경험을 거쳐 압축된 형태로 이야기를 전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배경이 되는 고민의 깊이나 맥락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로가 쌓아온 고민의 깊이와 지식의 격차가 다르기에 아무리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이해의 간극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가 다른 만큼. 실행도 다를 수 밖에요
강사가 지식을 전하는 강의를 할 때도, 리더가 팀원에게 노하우나 과업 방향을 전할 때도,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을 할 때도 그리고 부모가 자녀에게 삶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적 또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딸이 제게 해주는 설명 또한 딸의 모든 고민과 경험이 담을 수 없는 함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설명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목적도 결국은 상대를 고민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의 맥락을 얼라인시켜가며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요?
때때로 저는 누군가에게 직접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부러 실패나 어려움을 먼저 겪게 하고 나서 대화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실패와 마주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스스로 고민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은 훨씬 더 절실하고 깊이 있게 다가오죠. 그 과정이 결국은 가장 강력한 학습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