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리더
(부제 : 신임 부문장 리더십 교육에서 했던 이야기)
12월이 되면 대기업은 CEO와 임원 인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정신이 없죠. 이미 2~3주 전부터 임원 인사 결과를 받은 분들의 연락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한 기업의 신임 부문장님들와 처음으로 인사하는 시간이었네요. 작년에는 부문장 보임 후 3~4개월이 지나고 나서 시작된 과정이었는데, 올해는 부문장 역할의 시작과 함께 바로 START 하는 것 같습니다. 팀장이 아닌, 신임 부문장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회사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리더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것이 조직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하고 있는 기업들이죠. 과거에는 '리더는 알아서 해야지' 가 더 많았던 기업이었는데 말입니다.
OT 시간에는 HR에서 신임 부문장 승진을 축하하는 인사를 전하고 바로 이어서 제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제 첫인사는 '피터의 법칙' 입니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이 무능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 라는 메시지부터 시작했죠. 제게 승진은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 이후로 나에게 주어지는 기대와 역할에 대한 영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무능력해지는 순간을 이해하면 모든 사람은 무능력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신임 부문장님들께 전한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1 팀장으로 성공했기에 부문장이 되었지만, 팀장일 때와 같은 방식으로 부문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없다. 환경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고, 지식과 관점의 범위가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내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행동하고,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그 불편하고 어색한 시간을 즐겨야 한다.
2 팀장일 때는 팀에서 내가 가장 많은 지식과 경험을 알고 있었지만, 부문장이 되는 순간 나보다 더 탁월한 지식과 경험, 스킬을 가진 팀장들이 많아진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하는 순간 나보다 더 전문성이 뛰어난 팀장이 무능력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거다.
3 모든 것을 부문장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주변에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너무 많다. HRBP, HR 부문장, 전략 부문장 등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내 시간을 압축해서 사용할 수 있다. 모르는 것, 고민 공유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순간 리더는 움츠러 들게 된다.
4 나보다 탁월한 지식과 경험, 스킬을 가진 팀장을 지금부터 내가 학습해서 이길 수 없다. 직장에서의 지식은 일을 통해서만 성장하지만, 부문장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일을 직접 하지 못한다. 내가 지식으로 팀장을 이길 수 있는 '회사 안에 없는 외부 지식' 이다. 여유를 계획하고, 만들어서 외부를 만나고 우리 회사에 없는 지식과 경험, 사례를 찾아서 팀장과 팀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조직의 변화를 관리하는 것이 부문장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이다.
5 팀장의 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팀장은 스스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팀장의 성장과 성공을 도와주면 결국 부문장에게 도움이 된다. 팀장이 일을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부문장이 힘들어 진다. 팀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고, 팀원들이 팀장이 되고 싶어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받지 않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어 보자.
6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봐야 한다. 팀장일 때는 탁월한 소수의 팀원들을 관리하고 그들과 일을 해도 팀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부문이라는 조직은 개개인을 움직여서 돌아가지 않는다. 조직을 성장시키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레벨업 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부문이 가진 지식과 경험, 스킬, 일하는 방식을 구조화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레벨업한다.
7 상사를 만나서 물어보라. 부문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부분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를 원하는가? 여기에서 부터 부문장의 역할은 시작된다.
8 팀장과 팀원들을 만나라. 처음부터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들의 강점, 경험, 몰입 방법, 개선하고 싶은 부분과 유지하고 싶은 부분 등 다양하게 정보를 얻어라. 대신 모든 팀원을 다 만날 필요는 없다. A급 팀원들만 만나도 된다. C급 팀원을 만나면 정보가 어그러진다.
9 부문장이라는 자리는 팀장과 팀원들이 의사결정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이다. 내가 의사결정을 해버리면 그들의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의사결정을 하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책임지는 방법도 잊어버린다. 그렇게 성장하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다.
10 리더십은 일상에서의 내 말과 행동을 바꾸는 시간이다. 그래서 어렵다. 내 역할을 정의했다면 내가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영향력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행동을 찾고, 그 행동을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찾고, 매일 연습하고, 기록하고 체크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그 행동이 익숙해 졌을 때 조금씩 더 어렵게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리더십도 근육처럼 두꺼워 진다.
제 메시지의 마지막은 이랬습니다.
"부문장 리더십도 신입사원과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배우는 시간이고, 불편한 시간입니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도전과 학습, 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부문장은 처음이고, 처음이기 때문에 배우고 새로운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대신 조금 더 빠르게 적응하실 거고, 빠르게 성장하실 겁니다. 그렇게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승진하신 모든 리더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와 함께 승진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더 성장해야 할 시간인거죠.
#승진 #피터의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