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교육' 삶으로 가르치는 것은 남는다
(부제 : 함께 성장하는 상황 만들기)
딸을 학교에 태워다 주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자주 합니다. 오늘은 딸의 행동과 실리콘벨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잠깐 대화를 나눴네요.
"나한테 봉사 시간 줘야해"
딸이 차에서 내리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같은 재단에서 같은 가치관을 배우며 습관을 배운 딸은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가 아닌, 일반고로 진학을 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는 본인의 판단 때문이었죠. 그런데 일반 고등학교에 가니 자신이 지금까지 배워온 습관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 속에서 자신이 독특한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딸이 잘 하는 것은 메모와 정리입니다. 가끔 딸의 테블릿 메모나 공부한 흔적들을 볼 때마다 저는 "하은아, 이거 인스타그램이나 유투브에 올려봐.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엄청 많이 볼 것 같은데?" 라고 말할 정도로 AI보다 정리를 예쁘게 하더라고요. 그리고 정리한 자료들을 친구들에게 공유해 줍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꼼꼼함을 보여줍니다. 수업 시간에 절대 졸지 않는 3명 중 한 명이고, 발표를 하거나 선생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아이로 인식되어 있죠. 딸은 지금까지 학생의 역할은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보여줬죠. 지금 고등학교에서도 수행 평가가 있을 때마다 알리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반은 'O일, OO 수행 준비' 와 같이 일정과 제목만 알려주는데, 딸은 어떻게 수행을 준비하면 좋을지 가이드와 함께 참고할 자료들도 공유해 줍니다.
이런 행동을 자주 들었는데 오늘은 실리콘벨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은아, 우리 나라가 정말 빠르잖아. 안경도 30분이나 1시간이면 완성되고. 미국이나 유럽은 2~3주 정도 걸린다고 하잖아. 그 차이가 뭔지 알아?'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경 만드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나라는 모든게 빠르지? 안경도 빠르고 무기도 빠르게 만들고, 자동차도 빠르게 만들어.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힘들어. 무엇인가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걸 알아야 하고, 많은 준비를 해야하니까. 제조업 쪽에서는 강점이 있지. 그런데 실리콘벨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우리나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개개인은 똑똑한데, 조직으로 뭉치면 바보가 돼'
딸이 궁금해하며 묻더라고요. "왜 바보야?"
'우리나라는 혼자서 일해. 주어진 일을 독서실에서 공부하듯이 자기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그런데 실리콘벨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물어보거나 공유하면서 일을 해. 아빠가 하는 일이 그렇게 회사 사람들의 변화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만큼 실리콘벨리 사람들은 힘들어. 옆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주면, 옆 사람이 성장하잖아. 그리고 나는 그만큼 더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하고. 하은이가 지금 수행 평가 준비를 공유하는 거랑 똑같아. 하은이가 기획까지 다 공유해 주고 나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학교는 나한테 봉사 시간 줘야해" 라는 딸에게 제가 전한 한 마디였습니다. '그래서 하은이가 수행 평가를 가장 잘 준비하는 거야. 공유해 줬으니까. 저녁에 봐요. 잘 다녀와~'
딸은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는데, 올 초에 아내가 제가 일하는 방식을 딸에게 공유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업 외에는 돈을 받지 않고 개인 코칭과 멘토링을 좋아서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딸은 "왜 돈을 안받아? 받아야지" 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했지만, 아내는 아빠의 일하는 방식이고 그렇게 해야 아빠는 더 공부를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딸은 보고 듣고 대화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인사와 감사를 전하는 행동, 축하와 응원을 하는 모습,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들을 말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성적과 등수, 경쟁과 지식' 보다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라주고 있어서 고마울 뿐이고요. 인사팀 대리가 되겠다고 했으니 언젠가 좋은 회사와 구성원들의 성장과 성공을 돕고 있을 딸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