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퇴고, 탈고
(부제 : 신임 리더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야 합니다)
오랫만에 하루 종일 서재에서 글을 썼습니다. 8번째 책의 초고를 마무리하는 중이거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긴 시간 서재에서 고민을 하고 글을 쓰다보니 더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아 늦은 저녁에 서재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8번째 책이 왜 이렇게 어렵게 써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저는 책을 쓸 때 1~2달 정도의 시간을 초고에 투자했고, 2~3달을 퇴고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탈고까지 빠르면 3개월 늦어도 5~6개월이면 끝났거든요. 그런데 8번째 책은 초고만 10개월이 걸리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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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는 작가가 '생각을 꺼내는 단계' 입니다.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고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는 첫번째 원고이죠. 논리와 표현, 분량보다 '일단 쓰는 것'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초고의 목적은 책의 윤곽과 방향성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맞는 말인가? 잘 썼나? 보다 글이 써졌는가? 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초고를 쓸 때 읽었으면 하는 독자를 정하고 독자에게 전달할 가 제목, 가 목차를 정하고 쓰기 시작합니다. 일단 큰 계획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고를 쓰면서 퇴고를 함께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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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는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 가능한 언어와 문장, 구조로 바꾸는 작업' 입니다. 초고가 작가의 시점이었다면 퇴고는 독자의 시점에서 구조와 흐름, 표현들을 다듬는 과정이 되죠. 이때 책의 메시지가 명확해 지고, 초고에서 쓰여졌던 군더더기 표현들이 사라지거나, 조금 더 명료하게 다시 쓰여집니다. 그래서 퇴고의 목적인 '핵심 메시지가 읽혀지는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논리적으로, 문맥상 메시지들이 연결되는가?' 를 보기 위해서 작가의 시점에서 벗어나 독자의 시점에서 바라봐주는 편집자가 등장합니다. 편집자는 오로지 독자의 시선에서 작가의 초고에 의견을 더하는 시간을 갖게 되죠. 이때부터 수없이 많은 소통을 작가와 주고 받습니다. 피드백 과정이죠. 서로의 관점, 의견들을 주고 받으며 초고는 조금씩 책의 모습이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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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탈고입니다. 탈고는 이제 책임지고 책을 내보내는 단계입니다. 더이상 고치치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고, 글이 아닌 책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제 글은 책이 되었고, 책은 독자를 만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제 책을 판단하는 사람은 작가도, 편집자도 아닌 독자가 되고 책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각자의 판단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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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생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시작이라면,
퇴고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학습하고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탈고는 생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영향력을 갖게 되는 시간이죠.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리더십에도 초고 / 퇴고 / 탈고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완성된 원고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일이 아니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작가의 생각을 세상 앞에 내보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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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는 리더의 시작입니다.
미완성임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고, 내가 어떤 리더가 될 것인지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가 제목과 가 목차를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신임 리더의 시기는 늘 초고에 가깝습니다.
생각은 많지만 문장은 거칠고,
의도는 선하지만 표현은 서툴며,
방향은 있지만 리듬은 아직 맞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태도는
“이제 리더가 됐으니까 모든 걸 알아야 하고,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초고의 본질은 완성도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틀려도 쓰는 것,
불안해도 결정하는 것,
모르지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죠.
신임 리더에게 필요한 마인드는 명확합니다.
나는 이제 글쓰기를 시작하는 중이다.
모든 피드백을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실수를 자질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고,
능숙함이 아니라 도전과 학습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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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매일 퇴고의 시간을 직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 리더십은 혼자 다듬을 수 없더라고요.
모든 리더는 시작할 때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는 초고로 시작했음에도
스스로를 이미 탈고한 원고처럼 자신의 리더십을 생각합니다.
리더십을 오랜 시간 고민했고, 8번째 책을 쓰고 있는 저도 지금에서야 깨달았거든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은 초고가 아니라 퇴고를 거쳐 탈고까지 혼자서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다 보니 느려지고, 책은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은 혼자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또 리더십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동으로 나아지지도 않습니다.
다른 관점을 통해 내 리더십을 직면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학습하는 퇴고를 하지 않으면,
내 리더십은 시작할 때 부족했던 초고 상태로 오래 머무를 뿐입니다.
리더십의 퇴고는
'리더로서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구성원과 회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내가 내 주변에 미친 성과와 성장의 영향력은 무엇인지'
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채워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나와는 다른 전문가’ 즉 편집자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루키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지금의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로 편집자의 집요한 질문과 수정 제안을 이야기합니다.
“이 문장은 정말 필요한가?”
“독자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까?”
“당신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 부분이 맞는가?”
그는 누구보다 글을 잘 쓰고 자신의 문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은 편집자가 본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편집자가 이견을 제기하면 그 부분을 꼭 수정했습니다.
물론 편집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편집자의 이견이 발생한 부분은 꼭 수정을 했더라고요.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지만, 팀은 다른 장면을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명확히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팀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퇴고의 시간은 자기 방어가 아니라 자기 수정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증명이 아니라,
아직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신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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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는 떠나는 순간에 결정됩니다
리더십에서 탈고는 직책을 내려놓는 순간이고,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순간이자, 팀원이 나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순간에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내가 자리에 없을 때 구성원들의 행동이 곧 탈고의 모습이죠.
그 자리에 리더가 없을 때,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갈등이 생겼을 때 팀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새로운 리더가 왔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 리더와 일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그 리더는 우리에게 어떤 기준을 남겼을까?”
내가 아닌, 그들의 관점에서 내 영향력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탈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한 편의 원고와 닮아 있습니다
초고로 시작해, 퇴고로 다듬고, 탈고로 영향력을 전달하는 것이죠.
모든 과정에서 리더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 의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까지 초고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혼자서 퇴고와 탈고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더 명료하게 이해하게 되었네요.
모든 과정을 통해서 배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2025년이 되었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성장과 성공과 연결되는 학습과 도전이 가득한 2026년을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12.31일
백종화 코치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