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점이 조직의 약점이 되지 않도록
신입사원과 주니어 시절, 브랜드장은 부서장과 팀장을 패싱하고 막내인 제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성과도 잘 냈었고, 저만 할 수 있는 과업 (브랜드 뉴스레터 등)들이었기에 그랬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리더십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그때마다 사람좋고, 주말에 뮤지컬을 보고 식사를 하는 더블데이트도 함께 즐기던 부서장은 (현재의 배우자들이 모두 연애 대상자였던..) '종화야 교만하면 안돼' 라는 조언을 자주 해줬습니다.
그 당시에는 웃으며 '난 교만하게 군 적이 없었는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더 성숙해지고 리더십을 공부하고 난 이후에는 당시 제 행동들이 부서장과 팀장, 그리고 선배들에게는 얼마나 '교만덩어리' 였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는 것 별로 없는 신입 후배가 잘난척하고 다녔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모습조차도 웃으며 칭찬해주고 참아줬던 선배들에게 감사 인사와 죄송합니다,를 뒤늦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리더십을 배우면 배울수록 '내 부족함이 보이던 시기'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포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고민했었고, 리더십은 너무 현실적이 않아 라는 변명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허들을 넘어서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제 부족했던 시절의 행동과 생각들이 말이죠. 그걸 인정하고 난 이후 조금 더 빠르게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나를 객관화해서 보려고 노력하는 훈련을 시작한 시기도 이때였었고요.
16년의 대기업 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저를 아는 몇 몇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랜드에서 신입 교육을 제게 받았던 몇 몇이 이미 제가 이직할 회사의 리더로 일하고 있기도 했고, 저를 잘 아는 분의 배우자도 주요 리더 중에 한 명이기도 했었거든요. 출근을 하기도 전에 제가 입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죽었다'
내가 누구를 죽이는 사람도 아니고, 괴롭히는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말들을 서로가 했었지? 시간이 조금 지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제 일하는 스타일로 인해 블랭크에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프로세스와 기준을 만들고, 리더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거라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죽었다'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폭풍이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르게 접근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전의 나였다면 그들의 말대로 '죽었다'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조직에 변화를 이끌어 갔겠지만, 제 지식과 경험, 성공 방정식을 대입하기 전에 우선 회사와 리더들을 알아가는데 시간을 썼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는 산업의 특징과 문화, 탁월한 성공 경험을 이미 만들어 내고 있었던 젋은 인재들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썼죠. 그리고 나서 제가 가진 지식, 경험, 강점을 20~30%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분석과 구조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가 가진 가장 강력한 강점이었거든요.
회사는 시스템도 없었고, 일하는 방식도 없었습니다. 기준이 있었지만, 그 기준은 수익과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들이었고, 물 세어나가듯이 CEO부터 많은 구성원들은 회사의 돈과 리소스를 자신의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한 시험용으로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몇 가지 기준, 원칙, 프로세스 들만 만들어도 수익은 2배 이상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회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약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닌, 그로 인해 생기는 강점들 말이죠. 회사가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약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블랭크는 '말도 안되는 도전을 하는 회사였고, 말도 안되게 WHY에 대해서 소통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드백 또한 일상적으로 수준 높게 진행할 수 있었고, 구성원들도 CEO에게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문화도 있었으니까요. 또 그 피드백을 듣고 한가지씩 의식적으로 적용하는 CEO도 있었고요.
그때 제 결정은 이랬습니다.
'내 지식과 강점을 그대로 적용하면 회사가 가진 약점은 보완할 수 있지만, 회사의 강점인 속도, 도전이 무너질거다.' 라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 강점을 일부만 오픈하고, 봉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제가 맞춰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죠.
코칭 리더십 워크샵을 CEO부터 모든 리더가 다 참여하도록 4개월 과정으로 설계했을 때에도 리더의 참석율은 평균 60%를 넘지 못했습니다. 2주에 1번씩 진행되는 1DAY 학습이었는데, 리더는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현장 업무에 집중했었거든요. 그때 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 현장 업무에 집중하게하고, 다름 워크샵 전까지 모든 리더들과 그룹 또는 1ON1으로 학습을 시키는 거였습니다. 어떤 주간에는 똑같은 강의를 7번 한 적도 있었더라고요. 한번에 할 수 있는 워크샵으로 7~8번 했던 거였죠.
그런데 그때 제가 얻은 것이 있었습니다.
- 그룹 / 1ON1으로 학습을 하다보니, 실제 자신의 고민을 꺼내는 리더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 동일한 강의를 1주일에 여러번 진행하다 보니, 제 머리속에 박혀버리게 되더라고요. 이때부터 PPT가 아닌, 화이트보드에 판서를 하며 강의를 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 습관은 제게 정말 큰 학습의 방법이 되었습니다.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 마지막으로 리더들이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인정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워크샵이 아닌, 1ON1으로 학습하려고 하는 리더들도 생기게 되었죠. 특히, 몇 몇 리더들은 퇴근 후 야간에 저와 학습을 하기로 일정으로 잡으면서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학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터디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죠.
스타트업인 블랭크에서의 제 경험은 꽤 큽니다. 처음에는 조직의 강점을 위해서 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들이 제가 가진 강점을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해줬고, 그로 인해 저는 더 다양한 성장을 하게 되었거든요.
가끔 리더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 강점이 조직의 약점이 되지 않도록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해보세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은 본인이 되더라고요.'
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