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점에서 사람을 재단하면 안되는 이유
(부제 : 과정을 대화해야 하는 이유)
한번은 후배들을 만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랜드에서 추억을 함께 했던 후배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해서 임원 준비를 하고 있는 후배, 이직과 사업 그리고 학업과 정치를 모두 연결하며 자신만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후배, 그리고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이었네요.
그런데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이들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나? 아니면 내가 보지 못한 성장의 시간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고 있나?
3명의 후배들은 저를 '자신들의 신입사원 과정을 책임지던 인재개발팀장' 이었고, '회사에서 일 잘하는 선배' 였고, 지금은 '책을 출간하고, 리더십 코칭을 하는 잘 나가는 선배'로 기억해주고 있었습니다. 성장한 선배의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죠. 그런데 나는 후배들의 성장을 알아채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 16년 전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이 생각이 문득 든 이유는 7년 전 이랜드를 퇴사할 때 내 모습을 기억하는 내 리더와 동료들은 현재의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터 였습니다.
교만한 생각이겠지만 '이랜드 퇴사한 이후, 나 이만큼 성장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과거의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7년이 보이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랜드에서 10이라는 지식을 배우고, 블랭크에서 30이라는 경험을 채우고 지금은 80이라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나도 후배들을 과거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그들의 성장 과정을 묻지 않고 있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딸과 아내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빠가 학원 끝나고 저녁에 집에 온 하은이가 TV를 보고, 핸드폰을 할 때 '공부해야지' '시험준비해야지' 라는 말을 안하는 이유는, 아빠가 보지 못한 학교와 학원에서 하은이가 얼마나 시험 준비를 했고 노력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야. 이미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지금 잠시 충전하고 있는 하은이에게 '시험 공부해야지' 라고 말하면 그건 하은이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잖아'
아이들조차 부모가 보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만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내 동료와 후배들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보지 못한 성장을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팀원과 동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 내 리더에 대해서도 동일한 것 같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들의 성장이 너무 많더라고요. 주말에만 해도 저와 함께 북토론을 한 인원들도 있고, 또 저녁 11시에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분과 비대면 코칭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분은 메일로 자신의 고민과 커리어를 공유해주어 제 피드백을 공유해 드렸고, 또 기업의 HR 담당자 분들은 주말에도 저와 메일과 톡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결과를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행동들이 쌓이면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이 모르는 성장'이 되는 거죠.
오랫만에 만난 후배들을 보며 그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또 나는 아직도 내 주변 사람을 내 관점에서 재단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고치기 어려운 제 성격이더라고요.
3월 17일은 그로플을 만든지 만 5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조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과거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