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와 시간, 그리고 밀도
딸과 함께 점심을 먹고, 과일을 사고 돌아오는 길, 작은 비닐 봉지는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봉지에 돌덩어리를 하나씩 하나씩 넣은 것 처럼 봉지는 무거워지더라고요. 그 사이 어떤 물건을 사지도 않았고 봉지에 담긴 과일의 양도 동일했는데 말이죠.
그때 친한 형을 만났네요. 딸도 아빠 다음으로 좋아하는 남자 아저씨이기도 한 지인과 잠시 길가에 서서 대화를 하는 무거운 감각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즐거움이 더 컸거든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무 무거워서 바꿔잡으려는 순간 딸이 두개 중 하나의 봉지를 가져가서 들었습니다. 이제서야 손이 편하게 들 수 있는 무게가 되었더라고요.
같은 무게이지만, 들고 있는 시간에 따라 그 무게감은 달라집니다. 스트레스와 고난, 공부와 학습, 불평과 어색한 관계도 똑같더라고요. 스트레스와 고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거워 지고, 공부와 학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 집니다. 그리고 불평하는 말과 어색한 관계도 그대로 두면 더 커지고 깊어지죠.
작은 무게라도 오랜 시간 들고 있으면 손에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해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면 어떨까요?
또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동료와의 밀도가 높다면 어떨까요? 집 앞에서 잠시 식사를 하고, 과일을 사고 돌아오는 그 짧은 시간, 딸의 친구이야기와 중간고사 준비, 학교에서의 사건과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들을 수 있었고 손 깍지끼고 걸으며 봄을 즐겼습니다.
시간은 지날 수록 더 무거워지고, 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다 동일하지는 않더라고요.
시간의 밀도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라는 질문에 내가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입사원 1년 차 때 내가 사용했던 밀도와 다른 사람들의 밀도가 달랐고
직장인으로 보냈던 내 18년의 시간과 다른 사람들의 시간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1년 이라는 시간의 밀도와 누군가의 밀도가 다르겠죠.
그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성장의 시간이 된다는 것을 오늘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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