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찾아보니 2018년이었네요.
코딩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이 팟캐스트 '과학과 사람들'(@원종우)에서 '어른의 코딩'편을 들으며 아, 이거 배워야겠다 생각했던게요. 코딩을 할 줄 알면 그것을 이용해 앱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생각했던 앱은 여행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개개인의 성향에 맞춘 여행방식을 추천하는 것이었는데요. 개념으로만 존재했죠. 헌데 코딩의 C도 모르던 제가 미국의 어린이를 위한 코딩 교육사이트로 시작해보던 중 바빠지는 일과와 이거 정말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으로 인해 손을 떼고 잊고 있었죠.
2020년 접어들어 더 힘들기도 어려운 위기에 봉착해 나날이 늘어가는 남는 시간과 우울증과 가난과 싸우던 무렵 생각했던건, '쌓여있는 멕시코 여행정보를 좀 어떻게 해보자' 였어요. 여행정보책을 생각하고 예전부터 조금씩 쓰던 원고였는데 쓰면서도 마음 한 켠에 불편한게 있었거든요.
민박집 책장에 잔뜩 쌓인 여행정보서적 때문이었죠.
쿠바의 한국인이 많이 가는 숙소마다 쌓인, 여행자들이 놓고 간 여행서적들도 떠올랐구요.
책을 뒤적이면서 현재와 다른 정보들이 자꾸 눈에 띄고.. 여행작가들이 실제 경험하던 시간과 책이 집필되고 출간되는 시간과, 바뀐 부분을 파악하고 수정하기까지의 시간들을 숱하게 지켜본 저로서는 의문이 들었죠. 과연 여행정보를 책에 인쇄하는 것이 맞긴 맞는걸까, 수시로 변하는 환율처럼 매일이 다른 중미와 남미의 여행정보를 생각하며 고개 저을 수 밖에요.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걱정하고 고민하는 일 뿐이었는데요. 그러다가 이사를 하고 여러 사업계획을 세우고 정리하는 일만 하고 있었죠.
이 참에 코딩을 공부해볼까?
날아가는 공 맞추는 게임 만드는 실력만으로 무얼 할 수 있는 걸까?
원래 뭣때문에 코딩에 관심이 있었지?
여행자를 위한 앱을 만들려고 했었구나.. 언제 코딩을 배우나..
혹시 홈페이지처럼 앱 제작도 탬플릿이 있어서 끼워넣기만 하면 되는 건 없으려나? 구글링을 해 보니 이미 그런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돈을 받고 제가 코딩 배울 시간을 벌어주는 곳들이었죠.
그.리.고. 기적처럼 투어 예약이 들어옵니다. 1년 3개월여만에 오롯이 제 회사의 일을 하게 된 것이죠. 성수기도 아닌 6월에 미국 교민 가족 두 팀이 각각 투어하고 싶다 하시는 겁니다. 최소한 앱 출시 비용까지 해결될듯 보였죠. 물론 그 후로 지금까지 투어예약은 없습니다. 아마도 기적이 맞을 겁니다.
그럼 이 참에 함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은 후 Yes or No 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 앱에서 성향을 파악하고나면 어떤 정보를 추천할거지? 지역은 아무래도 가장 잘 아는 동네로 시작을 해야겠군. 추천할 여행정보는 이미 원고를 쓰고 있을 때 분류하고 있었으니 항목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죠. 여행정보는 수시로 바뀌지만 앱은 언제든 내용을 수정해서 업데이트만 하면 되니 매우 좋은 기능이었죠.
그러다가
Yes or No 맵을 때려치우기로 합니다.
걍 내가 줄 수 있는 여행정보를 앱에 다 때려 넣어 여행자들은 폰만 들고 다니라지.
개개인의 성향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다른데 그걸 굳이 분류해서 선택해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리해두었던 여행 정보 원고를 아주 드라이하게 탈탈 말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플라야 델 카르멘을 중심으로 한 칸쿤과 리비에라 마야, 유카탄 반도의 여행정보를 하나의 앱에 차곡차곡 넣게 되었던 것이죠.
잠깐 휴가를 오는 여행자, 2~3주 신나게 물놀이 할 여행자, 한 달 살기 혹은 그 이상 머물며 느긋하게 더위와 태양과 물을 즐기려는 여행자, 이미 이 곳을 다녀가 추억만 하는 여행자, 멕시코 여행을 꿈도 꾸지 않았던 예비 여행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죠.
사진은 되도록 제가 찍은 사진, 여행자들에게 기부 받은 사진, 없으면 소개하려는 운영측의 인스타그램, 정 없으면 픽사베이의 사진을 이용했는데요. 최대한 B컷을 사용했습니다. 이 앱은 예쁜 사진으로 채워서 여행지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거든요. 여행자에게 있어 가장 큰 독이 뭘까요? 전 '기대감'이라고 생각해요. (@권기대 배우님 괜히 죄송해요ㅎㅎ) 최소한 이 앱의 사진을 보고 현지에 와서 사진 때문에 실망하는 일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보면 멋진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이 곳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현해두었으니 저까지 굳이 예쁜 사진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비루한 사진에 대한 이 얼마나 훌륭한 합리화인지요!)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도 사람마다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 처럼 오지랖 넓게 살펴보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고생하고 돈 들여 다녀서 알게된 정보인데 왜 남에게 공짜로 퍼주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누군가 간단한 것이라도 물어볼 때 대뜸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 곳에 머무는 제게 여행정보를 맡기기라도 한 것 처럼 내놓으라는 사람도 있었구요.
결국 저는 여행정보를 공짜로 나눠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앱에 정보들을 넣으면서 광고를 붙이기로 했죠. 지금은 멕시코로 나오는 여행자가 아직 많지 않으니 광고만 운영하고 나중에 여행자들이 늘어나면 인앱으로 결제 후 광고를 없애는 기능을 추가하려해요.(개발비가 부족해서 아직은 안됩니다. 이번달 넷플릭스 구독료도 못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