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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Jun 20. 2022

미국 아빠일기 17편: 출산

예정일을 이틀 앞둔 어느 오전, 갑자기 아내의 양수가 터졌다.


필자는 "양수가 터지면 배 안에서 아기는 물이 없어서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굉장히 급하게 생각했고,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도 양수가 터지면 진통이 없더라도 무조건 병원에 연락해서 병원에 와야 한다고 하셨기에 나름 다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걸었는데,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태연하게 "안전하게 운전해서 와~"라고 하길래 부부 둘 다 좀 안심이 되어서, 양수 터지기 직전에 집에 배달된 캘리포니아 롤을 몇 개 주워 먹으면서 머리도 말리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우선 병원에 도착하면 위와 같이 좁은 방에서 의사의 첫 판단을 기다린다.

위 사진은 의사가 다녀간 후에 오늘 아이를 나을 거라고 판단을 내리고, 분만실로 이동하기 전에 밥을 먹어두라고 해서 피자와 파니니를 먹고 있던 사진이다.

분만실 모습. 미국에서 출산이 처음이라 일반적인 병원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꼈다.

분만실로 이동했을 때쯤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두 시간여의 진통 뒤에 결국 에피듀럴(무통주사)을 맞을 수 있었다. 에피듀럴을 맞고 난 뒤에 의사가 들어오더니 좀 누워서 쉬라고 했다.

앞으로의 인생에 한동안의 마지막 휴식이 될 거라며.....

아내가 자는 동안 차에 다녀올 때 찍은 병원 사진. 오후 1시쯤에 병원에 들어왔는데 벌써 밤이 되었다.

그렇게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오더니 "어 아기 머리가 보인다"라고 말하고 의사를 불러오고, 의사가 오는 동안 호흡을 가르쳐주었다. 의사도 오더니 머리가 보인다며 바로 힘주면 되겠다고 해서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프에 맞춰서 수축이 있을 때 힘을 주는 것을 15 사이클 정도..? 하니까 아이가 나왔다.


아이를 낳는 입장에서야 아내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어?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에서 보던 소리 지르고 옆사람 잡고 머리 쥐어뜯고 하는 등의 과격함이 전혀 없는 스무스한 순산이었다. 에피듀럴을 비롯해서 마취약을 개발하고 상용화시킨 사람에게 노벨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받았을 수도 있겠다.

출산을 하고, 탯줄을 자르고, 소아과 의사가 기본적인 검사를 하는 모습.

친구가 탯줄 자르는 거 놀라지 말라고 경고해줘서 다행히 그 부분은 무사히 견뎠고, 그 이후로 방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다들 무언가 본인의 할 일을 했다. 소아과 의사가 예방접종도 맞춰주고,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아이를 보자기에 싸서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모두가 나갔다.


원래 출산하기 전에 친구들이 "아기 안아보라고 불러도 아기보다 산모를 먼저 챙겨야 된다~"라고 말해서 산모 옆에 있었는데, 의사가 날 부르길래 산모 옆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또, 아기를 들고 저렇게 포즈를 잡으면서 "사진 안 찍어?" 이러길래, 정말 인스타그램의 시대구나, 싶었다. 이젠 산부인과-소아과 의사들도 아기의 사진 타이밍을 잡아준다 ㅎㅎ



출산을 한 시점에서 24시간 뒤에 퇴원하는 게 원칙인데, 우리의 경우 출산 시간이 오전 1:10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10시쯤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24 +8시간 정도 신생아와 우리 부부가 셋이 지내게 되는 것이었는데, 정말 극강의 피곤함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다른 유부남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훈련소 첫날밤의 느낌"이 정확한 것 같다.



출산 후 7시간쯤 후에 간호사가 들어와서 머리를 감겨주었다.

머리를 감겨주면서도 "사진 안 찍어?"라고 했다. 역시 인스타그램의 시대는 훌륭하다.

덕분에 이렇게 시간 기록이 남는 사진을 간직할 수 있어서, 그 정신없던 날을 복기하는 데에 좋다.



탄생 후 2시간 뒤의 모습. 내가 얘를 키워야 한다고....? 내가 얘를 키울 수 있다고???
출산 후 11시간 뒤의 모습. 그 사이에 좀 큰 것 같기도 하고... 잘 땐 천사 같고, 울 땐 피곤하다.

병원 밥들 모음.

출산 후 첫 끼. 미국은 버거지! 나름 3코스를 주문을 받는다 ㅎㅎ 수프, 매시드 포테이토, 햄버거, 찐 야채, 그리고 케잌. 미국식 산후조리 최고.
애프터눈 티 타임을 가져야지~?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름 우아하게 티도 준다.
원래 산모만 음식이 나오는데, 한 끼는 셀레브레이션 디너라고 보호자 음식도 챙겨준다. 역시 3코스 음식이다 ㅎㅎㅎ
그리고 형수님이 출산 후에 주는데 절대 먹지 말라고 하셨던 아이스 크랜베리 쥬스... 오히려 궁금해서 달라 그래서 먹어보았다..


이상 좌충우돌 미국 병원 출산기를 마친다.

아기 우는 거 달래러 가야 해서 질문은 못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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