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필자는 현재는 입주 이모님이 주 5일 상주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아직 풀타임 육아는 아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정리해본다.
특히, 출산하자마자 대화를 나눴던 육아 선배가 "훈련소 생각나지 않냐"라고 해서, 훈련소 때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관련지어 생각해 보았다.
1. 훈련소 첫날밤이 생각나는 병원에서의 시간
태어나서 30분 뒤의 사진(좌)과 2일차에 황달기 제거를 위한 blue ray 처치 중 사진(우)
필자도 한국에서의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 병원에서는 출산 후에 아기를 데려가서 부모와 떨어트려 놓는다고 한다. 미국 병원에서도 모든 병원이 그러는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어도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최소한의 조치만 마치고 부모에게 안겨주고 모든 의료인이 방을 떠난다. 그때부터 필사적인 육아가 시작된다.
특히 노엘이는 이틀 차에는 황달 관련 처치까지 받아야 했기에 부모로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자꾸 안대가 벗겨져서 굉장히 노심초사하며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병원에서 보낸 대략 50시간 정도는 훈련소 첫날밤과 같은 감정이 들었다. 굉장한 불안감, 육체적 불편, 미래를 걱정할 여유조차 없는 긴장감 속에 파묻혀 보낸 시간이었다.
2. 훈련소인데 커리큘럼이 너무 타이트하다.
집에 데려는 왔는데 얘를 어떻게 키우지...(좌) & 그 와중에 형이 챙겨준 생일축하 풍선(우)
집에 와서는 초반 며칠은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우선 이모님한테 많은 부분을 맡기고 낮잠을 잘 수 있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행복했다. 특히 출근하기 전까지 1주일간 여유가 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삶의 질이 높았던 것 같다. 물론 아빠의 이야기이고 엄마는 달랐다. 아무리 이모님이나 친정엄마가 도움을 준다고 해도 엄마는 모유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을 대체할 순 없다. 유축기로 인격 말살의 경험을 반복하고, 새벽에 아기가 울 때면 필자는 못 듣고 잘 때가 많은데 엄마는 항상 일어나서 아기를 확인한다. 원래 둘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아기를 향한 암컷과 수컷의 태도가 다른 것도 한몫하지 않나 싶다. (아닐 수도 있다 - 그냥 필자의 무사안일주의일 수도 있다)
마치 조류들이 새끼들의 첫 비행을 지켜보듯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50시간 동안 빡세게 가르쳐준 이런저런 육아 스킬들을 집에서 발휘하면서 점차 능숙해져 간다. 기저귀도 치우고, 모유 수유도 하고, 분유도 먹이고, 잠도 재운다. 또 기저귀도 치우고, 모유 수유도 하고... 무한 반복하며 능숙해져 간다. 이 부분은 훈련소와 마찬가지이다. 제식훈련하듯 반복해서 점차 능숙해져 간다는 부분에서 같은데,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아기는 다이나믹하게 진화하면서 스킬의 응용을 요구한다.
분명히 어제는 이렇게 하면 됐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아기가 울면, 1) 기저귀 2) 밥이었는데, 어느새 3) 잠투정이 추가되고는 한다.
그래서 훈련소는 훈련소인데 항상 낙오하는 훈련병 느낌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외부적으로 할 일도 생긴다. Birth certificate 신청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ㅠㅠ
3. 30일 차가 되어보니 확실히 뭐가 더 힘든지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30일차 부터는 매일 산책도 하려고 한다. 노엘이도 바깥을 경험하는게 좋겠지만, 무엇보다 아내의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30일 차가 되어보니 확실히 훈련소보다 육아가 훨씬 힘들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소는 3주 차나 4주 차만 해도 굉장히 살만하다. 엄청나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익숙해지고, 같이 할 동료들도 있다. 육아를 서울에서 하면 동료들이 있었으려나? 조리원 동기들이 동료가 됐으려나? 아무튼 미국에서 육아를 하자니 동료가 없는 부분도 힘든 부분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엄마 입장에선 친정 엄마도 없고, 친한 친구들도 없으니, 부부끼리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육아 30일 차와 훈련소 30일 차의 내 모습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육아가 훈련소보다 훨씬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인 것 같다.
미래도 더 불투명하고, 모든 업무들의 리스크도 막중하고, 그러므로 부담도 막중하고, 상당히 고독하기도 하다.
많은 육아 선배들이 아기가 통잠을 자기만 해도 훨씬 나아지고, 소통이 가능해지면 굉장히 행복해진다고 한다. 통잠은 100일, 소통은 2년? 정도일 테니, 그런 마일스톤들을 바라보며 존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무리하자면, 육아는 너무너무 힘들다. 물론 아기는 천사 같아서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지만, 우는 모습을 보면 특별히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병원에서 출산 후에 아기를 안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느니, 눈물이 난다느니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필자도 아내도 그런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지금은 이 연약한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번 후기에는 부디 육아의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실전이었던 전투 육아 30일 후기를 마친다.